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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원장(좌)과 김춘근 이사(우)가 최근 불법녹취 문제로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특수목적법인 국기원(이사장 홍문종, 원장 이규형)의 원장과 이사가 불법녹취 문제로 국기원장실에서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11월 1일 오전 11시경 발생했다. 이날 이 원장과 김 이사는 국기원 현안에 대해 홍문종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국기원 문제에 있어 이사장 특별보좌관 역할을 맡고 있는 김철기 재외국민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논의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의하면 당시 이 원장과 김 이사는 원장실, 김 부위원장은 이사장실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이사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원장실에서는 이 원장과 김 이사는 국기원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이들의 대화가 끝날 무렵 원장실 내부에서 김 이사의 고성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이 원장과 김 이사는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충돌 이유는 불법녹취가 문제였다. 이 원장이 김 이사와의 대화 내용을 이 원장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몰래 녹음한 것을 김 이사가 알아차리고 격한 감정을 들어낸 것이다.
김 이사는 이 원장에게 “녹음을 한 것이냐? 왜 내 허락도 없이 불법으로 녹음을 하느냐?”고 따져물었고, 이에 이 원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이사가 “핸드폰을 보자. 확인 해야겠다”고 이 원장에게 따져 묻자 이 원장은 황급히 본인 상의 안주머니로 핸드폰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원장실에서 나온 이들은 또 복도로 나가기 전 비서실에서 불법녹취 문제를 둘러싸고 한 차례 더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가 이 원장의 불법녹취를 운운하며 “어떻게 불법으로 녹취를 할 수 있느냐?”고 이 원장의 행태를 지속적으로 비난 한 것.
이 원장은 김 이사의 항의에 “김 이사 이러지 마시오”라며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부원장실에 있던 오현득 부원장 직무대행, 김현성 이사 등도 당시 비서실 안팎에서의 소란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성 이사는 “오 대행과 함께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려고 비서실에 들어가니 김 이사가 이 원장에게 불법녹취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원장은 당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김 이사는 이 원장의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녹음 어플리케이션 화면을 봤다고 이 원장이 이사들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원장에게 이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고, 그렇다면 불법으로 녹음한 내용을 지워야 한다고 중재했다. 이에 이 원장은 그럼 지우면 되겠냐며 핸드폰을 꺼내 녹음파일을 지우려고 했다. 이 원장의 핸드폰 조작이 서툴러 내가 옆에서 꾹 누르고 삭제 표시가 나오면 삭제를 누르라고 설명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니 김 이사와의 대화 녹음 말고 또 한 차례 다른 이사와 대화한 내용이 녹음 된 파일도 확인했다. 그래서 함께 지우라고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국기원 직원들은 김 이사가 이 원장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해 모 부장이 이를 뜯어 말렸다고 했다.
이 원장과 김 이사의 다툼은 국기원 복도에서도 한 차례 더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에서 점심식사를 이유로 밖으로 나가려는 이 원장을 김 이사가 막아서면서 한 차례 실랑이가 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모 부장은 김 이사가 이 원장의 팔을 잡고 욕설이 섞인 말을 하자 “이러지 마시라”며 김 이사를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실랑이가 이어지는 동안 김철기 부위원장은 이사장실에 있다가 조용히 자리를 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결국 직원들이 모이고 국기원에 있던 이사들도 소란의 현장에 와 이들을 말리면서 이 원장과 김 이사의 충돌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마무리 됐다.
현재 일부 매체들은 김 이사가 이 원장에게 쌍욕을 하고 겁박을 했다고 김 이사의 자질 논란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김 이사를 옹호하는 측은 김 이사의 과한 행동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원인은 이 원장이 제공한 것이라며 김 이사를 두둔하고 있다.
한 이사는 “국기원장으로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녹취한 행동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원장을 욕한 김 이사 역시 이사로서의 올바른 행동은 아닐 것”이라고 양측 모두 잘잘못이 있음을 주장했다.
녹취를 한 원장이나 이에 욕설을 한 이사나 둘 다 국기원 이미지를 실추 시킨 것은 똑 같은 행동이라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 원장은 자신이 불법으로 녹취한 행동을 시인했으며, 김 이사 또한 이 원장에게 욕설을 한 것에 대해 인정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행동에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국기원은 지난달 27일 제2기 특수법인 국기원장으로 이규형 이사가 선임되면서 정상화를 위해 첫발을 내딛었다. 불과 10일도 되지 않아 발생한 원장의 불법녹취와 이에 따른 이사의 욕설 및 항의는 국기원의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원장 선임이 끝났다고 해서 이사들간의 갈등의 골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홍문종 이사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