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초관장인 최진규 백호체육관 관장이 제13대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
약 1년여간 관리단체로 지정된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고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뗬다.
서울시협회는 5월 24일(수) 오전 10시 역사상 최초의 선거인단 투표를 통한 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지난해 6월 관리단체로 지정된 서울시협회는 태권도협회의 주 수입원인 국기원 승(품)단심사집행 권한을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최창신)로부터 회수 당했으며, 이로 인해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기본적인 사업조차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사무직원들의 급여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치닫아 회원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기금 수억원을 전용해 사용하는 등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대표하는 태권도단체로서 이미지와 위상이 많은 부분 실추됐다.
이번 선거에는 관리단체라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무려 5명의 후보자가 입후보한 대형 선거로 치러졌다.
정재규(67, 전 서울시협회 관리위원장), 배병철(61, 전 서산경찰서장), 김철오(67. 국기원 이사), 이백운(65, 전 서초구태권도협회 회장), 최진규(56, 전 성북구태권도협회장) 5인이출마한 이번 선거를 위해 서울시협회 회장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동현)는 회장 인준을 득한 22개 구협회 회장(대의원)과 1,235명의 서울시협회 등록 회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된 111명의 회원, 지도자 등록을 마친 전문체육지도자 4명, 상임심판원으로 선발된 심판 6명, 선수 5명 총 148명에게 회장 선거 투표권을 부여했다.
선거와 관련한 기탁금은 후보자 당 2,000만원으로 했으며, 규정에 따라 15%의 득표율을 넘긴 후보에게는 기탁금을 전액 환급하고, 10~15% 미만의 득표자에게는 기탁금의 절반, 10% 미만의 후보의 기탁금은 서울시협회 발전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각 후보자들은 서울시협회가 관리단체라는 점을 적극 활용했으며, 이 결과 모든 후보가 변화와 개혁, 원칙 등을 공약으로 내걸게 됐다.
당초 이번 선거의 판세와 관련해 2강, 2중, 1약의 구도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서울시협회의 기여도 측면에서는 미약하지만,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태권도 단체의 주요보직 경력을 내세운 김철오 후보와 서울시협회 구지회장 출신으로 등록도장을 운영하고 있어 민초관장임을 내세운 최진규 후보를 2강으로 평가하면서 외부인사 vs 내부인사 구도로 대립각을 형성했으며, 나머지 후보들은 2강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전략으로 삼아 김철오, 최진규 후보진영을 태권도 특정세력들의 후보로 몰아세웠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111명의 회원들의 표심이었다. 학연, 지연 등의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선수, 지도자, 심판 직군과 달리 각각 개개인의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회원들의 경우 후보자들의 인지도, 공약, 도덕성 등을 평가해 소신투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선관위는 후보자들의 평가를 회원들이 조금 더 세부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정견발표 동영상을 서울시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충분한 선택기간을 줬다.
선거인단 투표의 성격상 선거 당일까지도 5명의 후보자 중 유력후보를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각 후보진영은 모두 당선을 자신하고 나서, 1위자와 2위자의 표차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시협회는 오전 10시부터 각 후보들에게 5분씩의 정견발표 시간을 부여했으며, 오전 11시부터 총 148명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거사무는 중랑구선거관리위원회가 맡도록 했다.
정오까지의 투표시간 동안 투표권을 행사한 선거인단은 총 142명으로 선거 불참자는 6명에 불과했다.
선관위는 투표 마감 직후 곧장 각 후보들의 참관인만을 출입시킨채 비공개로 개표에 돌입했다. 공식발표 전까지는 투표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미.
약 30여분이 지난 12시 30분경 선관위는 선거장 문을 개방하고 언론과 선거인단, 후보 지지층 등이 모두 출입하도록 한 후 선거결과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총 142명의 선거인단의 개표 결과 최진규 후보 58표, 정재규 후보 28표, 김철오 후보 26표, 배병철 후보 16표, 이백운 후보 14표로 결정됐다.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희비가 교차됐다. 최 후보를 지지한 인사들은 함성과 박수를, 낙선한 후보를 지지한 인사들은 굳은 얼굴로 선거장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약 1년여간의 관리단체라는 오명의 서울시협회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인물로 최진규 후보가 당당히 선출된 것.
최진규 당선인은 선관위의 발표 직후 단상에 올라 자신을 지지해준 회원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넸으며, “민초 관장의 승리다. 힘든 시간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선관위의 당선증 수여 직후 최 당선인은 서울시협회 회장 선거 취재를 위해 몰린 10여개 매체의 기자들과 합동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민초 관장님들이 뜻을 모아주셨기 때문”이라며 “기쁨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회원들만 보고 가겠다. 회원들의 원하는 것을 먼저 챙기는 회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들어냈다.
원할한 업무의 인수인계와 보고 등을 위한 인수위원회 구성 질의에는 “인수위원회 구성은 내부적으로 논의해 필요가 있다면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 당선인은 자신의 제1호 업무로 서울시협회의 관리단체지정 해제를 위한 상위단체와의 협의를 꼽았다. 관리단체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심사위임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겠다는 것.
최 당선인은 “오늘 정창수 사무처장을 만나려고 했는데 지방출장중이라 만나지 못했다. 일단 인준 문제를 빨리 마무리 짓고 당선인 신분을 벗어나 본격적인 관리단체지정 해제와 심사권 재위임 등에 현안을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지지했던 이런 문제를 떠나 대의원들이 힘을 모아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관리단체 해제나 심사 재위임 등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무려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해 선거에 따른 휴유증도 예상됐지만, 관리단체라는 조건 상 사실상 임원 인준 기관인 서울시체육회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것과 마찬가지라 선거 결과가 뒤집히거나 당선인이 인준을 받지 못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13대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최진규 백호체육관 관장이 지지자들과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