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가 주관한 2025년 신인선수 훈련지원 사업은 장애를 가진 태권도인들이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유지하며 의욕적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인천에서 있었던 〈장애인 태권도 합숙 훈련〉은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합숙훈련 과정에서 드러난 민낯은 충격과 분노를 넘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지난 8월 23일,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임시총회에서는 임원(회장)의 불신임 건이 상정됐다. 그 자리에서 〈장애인 태권도 합숙 훈련〉에 참여했던 한 미성년 지체장애 선수의 어머니는 장애 태권도인에 대한 장애인태권도협회의 무관심과 무책임, 무배려의 생생한 현장을 증언했다. 그것은 장애인 태권도 전체를 향한 통렬한 경고이자 구조적 병폐에 대한 마음의 고발이었다.
*훈련장이 아닌 방치의 현장
장애인 태권도 훈련은 반드시 장애인 전문 지도자의 철저한 통제하에 체계적인 훈련 계획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협회는 장애인 전문지도자를 투입하지 않았고, 훈련파트너로 투입한 인원도 특수체육 전공의 학생이 아니라 인천대학교 태권도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었다. 심지어 이들에게 맡겨두고, 지도자는 단 한 차례도 직접 지도를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지도자가 지체장애 선수 지도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로 선발되었다는 점이다.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은 선수들
선수들은 땀에 젖고 냄새나는 훈련복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해야 했고, 식사 후에도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오후 훈련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훈련이 끝난 후에도 30분 이상 이동해야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배려 부족을 넘어 미성년 지체장애 선수들에 대한 위생권과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며, 그 자체로 심각한 인권 침해라 할 수 있다.
식사 문제는 더욱 참담하다. 이들에게 쌈밥과 비빔밥 등이 제공됐는데, 지체장애 선수들은 신체적 특성상 한 손으로 “쌈을 싸 먹을 수 없다”, “비빔밥을 비빌 수 없다”고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그조차 무시되었다고 한다. 지도자는 선수들의 상황을 비웃듯 무성의로 일관했다. 이는 단순한 배려 부족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인권 유린이다.
*안전마저 위협받은 미성년 선수들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받았다는 점이다. 지도자가 차량을 운전하며 “운전이 처음인데 잘하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초보운전자가 미성년 장애 선수들을 태운 채 차선을 넘나들고, 배우자와 통화를 이어가며 운행했다는 사실은 선수들의 안전을 도박판에 올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안전 불감증 수준을 넘어 선수들의 생명을 경시한 무책임의 극치다.
*협회의 무책임과 직무유기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히 한 지도자의 일탈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장이 학부모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복되는 학부모들이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침묵과 회피로 일관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협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행위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민원이 아니다. 이는 우리 장애인 태권도 현장의 민낯이며, 반드시 고쳐야 할 구조적 문제다. 선수와 학부모의 눈물과 절규를 외면한다면,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는 존재 이유 자체를 잃게 될 것이다. 이제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선수와 학부모, 나아가 장애인 태권도를 지켜온 모든 이들에게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책임 있는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태권도활동가 박종범
http://www.tkdcnn.com/news/8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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