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광복 이후 한국적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기술 체계뿐 아니라 도복, 예절, 용어까지 한국적인 색채를 입히며 세계 속의 무예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용어에는 태권도의 철학과 정신에 맞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기본자세 중 하나인 ‘주춤서기’이다.
‘주춤’이라는 단어는 이미 수십 년 동안 태권도인들에게 익숙하지만, 그 본래의 뜻을 살펴보면 태권도의 기본 정신과 크게 어긋난다. 우리는 지금, 태권도의 기초 자세 이름을 다시 성찰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바른 용어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 ‘주춤’은 망설이다, 멈칫하다, 움츠리다 등 뜻을 지닌다. 이는 곧 결단성 부족, 불안정, 우유부단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태권도의 기본자세는 어떠한가? 허리를 곧게 세우고, 하체를 굳건히 내려 중심을 단단히 세우는 자세이다. 힘을 모으고,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강인한 기초의 자세이다.
즉, 실제 자세의 목적과 단어가 주는 이미지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춧서기’를 제안한다. ‘주춧’은 건물을 세울 때 가장 먼저 놓는 주춧돌(礎石)에서 비롯된 순수 우리말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 상징을 담고 있다. 기초(基礎): 모든 수련의 시작과 기반. 디딤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토대. 초석(礎石): 흔들림 없이 버티며 구조물을 지탱하는 중심. 안정과 자신감: 어떠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굳건함. 태권도의 기본자세야말로 수련자의 몸과 마음을 세우는 초석이다. 따라서 ‘주춧서기’라는 명칭은 기술적·정신적 상징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이를 비교 분석하면, 주춤서기의 어원은 망설이다·멈칫하다 이고, 주춧서기는 기초·초석이며, 의미에서는 주저·불안정인 반면 견고하고 든든함이다. 자세 이미지는 어정쩡하고 불안정한 상태이고, 주춧서기는 굳건히 뿌리내린 안정성이다. 또한 교육 효과성에서는 주춤서기는 초심자에게 부정적 심상을 드러내고, 주춧서기는 긍정적 심상으로 기초와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 번역에서도 일본식 용어 잔재 변형으로 horse riding stance(기마자세)의 문화 정체성에서 이미 손색 되었는데, 이를 순우리말로 확립하여 Rock stance Foundation stance, (직관적, 한국적 의미 확산 가능)로 문화 자주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적 효과로는 초보 수련생에게 자세의 의미를 설명할 때 긍정적이고 직관적인 심상을 전달할 수 있으며, 세계화 효과로는 번역 시 태권도의 고유한 철학을 담아낼 수 있으며, 한국어의 정체성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다. 또한 문화적 자주성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넘어, 한국적 무예 용어 체계를 바로 세우는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태권도는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니라, 철학과 정신을 함께 가르치는 무예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본 자세 이름이 ‘망설임’이나 ‘주저함’을 담고 있다면, 과연 교육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주춤서기’에서 ‘주춧서기’로의 개정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다. 이는 태권도의 본질인 기초·견고함·자신감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세계 속에서 한국 무예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일이다.
태권도는 지금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용어에서도 그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모든 동작의 초석(礎石)인 기본 자세를, 이제는 ‘주춧서기’라 부름으로써 미래 세대가 더욱 자랑스럽게 태권도를 배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태권도활동가 박종범
http://www.tkdcnn.com/news/8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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