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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태권도협회 김태환 회장이 사퇴에 앞서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
친박계 3선 중진의원인 새누리당 김태환 국회의원도 태권도계를 하나로 이끄는데 실패하고 결국 눈물을 머금은 채 대한태권도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1월 29일 오전 11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KTA) 2016년도 정기대의원총회가 그의 마지막 자리였다.
김 회장은 총회에 앞서 고문단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며 “시원 섭섭합니다. 3년인데 꼭 10년 한 것 같아요.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입니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김 회장의 말처럼 그의 태권도 입문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초 김 회장은 자신의 후배이자 측근으로 분류되는 오현득 국기원 부원장과 김태일 한국실업태권도연맹 회장으로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 출마 권유를 받았다.
소위 태권도 회장직을 하면 대외적 인지도도 높고,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주위의 의견이 컷다. 내부적으로 화합과 단결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 회장은 자신이 친박계 3선 의원으로 당내 최대 조직인 중앙위원회를 맡고 있는터라 태권도 역시 정치조직보다 다루기 쉽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김 회장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태권도계가 회장으로 자신을 추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선거를 치러야 했고, 12대 8 단 4표 차이로 제26대 대한태권도협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김 회장은 자신을 태권도계로 이끈 측근들에게 불같은 화를 냈다고 한다. 추대가 아닌 경선을 치른 것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
회장직에 올랐지만 첫 권한 행사인 임원 선임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김 회장은 공약으로 내 건 ‘공정한 인사’를 위해 파격적으로 임원 모집 공고를 내고 외부 인사로 인사위원회(문대성, 장정희, 서완석, 이봉, 손천택)를 구성해 부회장, 전무이사, 이사를 선임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회장 선출을 지지한 측근 및 이승완 고문 등의 반대로 인사위에서 전무이사 후보자로 정한 김철오, 김세혁이 아닌 임원 공모에 접수조차 하지 않은 김무천 운영부장을 전무이사로 내정했다.
김 회장 스스로가 임원 공모제를 통해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깨버린 것.
또 당연직 대의원인 시도협회장을 부회장과 이사로 선임했다가 대의원은 이사를 겸직할 수 없다는 규정 문제로 인해 이마저도 전면 백지화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공약을 파기하고 전무로 김 부장을 내정했지만, 김 회장의 측근들이 김 부장에게 협회 인사권 및 정책 등에 있어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해 김 부장이 스스로 전무직을 포기하는 상황도 초래했다.
첫 권한 행사인 임원 선임을 두고 미숙한 능력을 보여준 김 회장의 지지도는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다. 수습차원에서 긴급히 규정에 맞춰 임원 선임을 하고 당초 인사위가 추천한대로 김세혁 이사를 전무이사로 선임했지만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던 대의원들 조차 전무이사 선임 및 기술전문위원회 인선을 두고 등을 돌리며 임기 6개월만에 임원 전체 불신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요구를 받아야 했다.
김 회장은 임시총회 소집 요구를 거부하고 정면돌파를 통해 안정화를 이루려 했지만, 김태환 호 2기 기술전문위원회 구성을 두고 발발된 전무이사의 승부조작 의혹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두되면서 선임 1년여만에 전무이사가 자진 사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회법 개정에 따라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금지가 화두로 오르면서 김 회장은 태권도시민단체의 퇴진 시위를 받아야 했고, 전문언론들 역시 김 회장의 운영능력 미숙을 다루며 그의 안일하고 우유부단한 리더쉽을 문제 삼았다.
세 번째 전무이사로 김철오 부회장을 선임한 것 역시 그에게는 짐이 됐다. 김 부회장의 이사 중임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대한체육회에서 김 부회장의 전무이사 선임 불가 결정을 내린 것.
김 부회장의 낙마가 결정되자 김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시위는 더욱 강도가 높아졌다.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공동의장 고한수)는 김 회장의 자택, 구미 지역구 사무실, 국회, 새누리당 당사 등에서 김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었다.
이승완 상임고문 겸 이사와의 마찰도 김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이사는 김 회장이 세 번이나 전무이사 교체하고 네 번째 전무이사 선임에 있어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김 회장의 독단과 전횡을 목숨 걸고 막겠다고 태클을 걸었다.
당시 김 회장의 측근인 오현득 부원장과 김태일 회장은 이승완 이사 및 시민단체를 만나 시위 중단을 조건으로 김 회장이 스스로 사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시만단체의 사퇴 시위에 등 떠밀려 나가는 모습이 아닌 스스로 용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데 합의한 것.
하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 회장은 시민단체의 시위가 거세지고 이승완 이사 등이 자신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자 긴급히 시도협회 및 연맹체 회장 간담회를 열고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난 여러분들이 뽑아준 사람이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 여러분들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다. 여기 모이신분들이 전부 대의원들 아니냐? 여러분들이 해임을 해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것(시위 등)에 대해 여러분들이 방관하고 관망하지 말고 태권도 발전을 위해 좋지 않은 일이라고 얘기도 해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또 “내가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으려 한 것은 태권도가 시끄럽고 하니 어느 정도 변화를 주고 정리를 하려는 마음에서 하려 한 것이다. 원래 나를 추대하는 줄 알고 나왔다. 그런데 서울의 임윤택 회장이 출마해 선거를 해서 12대 8로 이겼다. 지금까지 (경쟁을 한)임 회장하고도 사이가 좋고 하는데...”라고 시민단체의 시위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들어냈다.
시도협회와 연맹체 회장단은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의 편에 서 줬다. 김 회장을 사퇴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로 각 회장들의 서명이 담긴 지지 성명도 써줬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2015년 6월 김 회장은 사퇴할 의사를 밝혔다. 더 이상 자신의 거취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당시 김 회장은 자신을 태권도계로 이끈 오현득, 김태일에게 사퇴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언제쯤 사퇴 시점이 좋을지 판단을 그들에게 맡겼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15일 김 회장은 국기원 자랑스러운 태권도인의 상 시상식에서 전문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1월 31일부로 사퇴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김 회장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겸직금지라고 ‘나가라’고 우리 집앞이랑 내 지역구에 가서 시위도 하고 했지만 이제 그런 것도 없어졌다. (겸직이)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됐다면 내가 국회의원인데 사람들이 가만히 놔뒀겠는가? (내 겸직문제는)권고사항이었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이라며 “원래 10월쯤 사퇴할까 생각했지만 이쪽(태권도) 예산이 결정되기 이전이라 예산문제 때문에 사퇴를 조금 미뤘다. 그래도 예산은 해주고 가야할 것 같아서 그랬다. 당초 희망했던 것처럼 예산을 모두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만큼의 예산은 확보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조직은 팀워크가 중요한데 그런 것이 잘되지 않아 힘들었다. 내가 사퇴하면 대의원 총회에서 정치권처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던지 직무대행을 선출해 운영을 하던지 결정할 것으로 안다. 그래서 총회까지 하고 사퇴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결산이사회에서는 사퇴 시점을 지난해가 아닌 올해 총회까지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이승완 이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이사는 김 회장에게 “지난해 관뒀으면 혼란이 가중되지 않는데 1월에 돼서 관둔다고 하니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6월에 관둔다고 하고, 또 11월에 관둔다고 하고, 그래서 12월에 관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는데 1월에 관두게 되니 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회장은 “내가 고문님하고 언제 약속을 했느냐? 내가 고문님이 관두라면 관두고 그러지 말라면 안그래야 하냐?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한다”고 반문했다.
임기 3년동안 바람잘날 없었던 김 회장, 그는 이번 총회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 있던 대의원들은 “회장님 힘 내세요”라고 응원하며 그의 눈물을 위로 했지만, 김 회장의 눈물은 아쉬움이 아닌 태권도계 전체에 대한 환멸이 녹아있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숱한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여러분과 상의해서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본인 스스로가 아닌 여러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는 의미지만 그가 들은 것은 여러분이 아닌 자신의 지지층과 측근들의 일방적인 의견일 뿐이었다.
지지층과의 갈등 문제는 김 회장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다.
김 회장은 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이승완 이사를 비롯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시민단체 창설자인 홍상용 전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 대표와 한배를 탓다. 자신의 측근인 오현득, 김태일을 비롯해 자신을 지지한 김철오, 이승완, 홍상용 등과 함께 협회 운영을 논의하고 인사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각자의 이해득실이 다르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김철오 부회장은 전무이사 직무대행에서 해임했다는 이유를 들어 김 회장을 고소했고, 이승완 이사는 각종 인사문제 등에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와 협회의 운영방향이 자신의 뜻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김 회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홍상용 대표의 경우 김 회장 집권 초반 각종 현안에 있어 자문하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로 거듭났다.
본인은 여러 의견을 다 듣다보니 협회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지만 그가 들은 의견은 여러 의견이 아니라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의견에 불과했다.
협회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점 역시 김 회장이 스스로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치인이라고 해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의 정관과 규정, 기타 중요한 현안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전무이사와 사무국장 핑계를 대며 “내가 모르면 와서 설명하고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무국에서 전혀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단체의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지난 총회에서는 대의원들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면서도 “내가 잘못하고 하면 전화라도 한 통화 해서 잘못됐다고 해줄 수도 있는데 여러분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회장은 대의원들이 자신들을 대신해 협회 운영을 잘 하라고 선출해준 사람이다.
지난 총회에서는 김 회장이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의원들에게 협회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잘못했다고 읍소를 호소해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김 회장은 “전부 여러분과 상의했다”고 남 핑계를 댔다. 자기 스스로 한 결정은 김태일 회장에게 통합준비추진위원장 자리를 준 것 뿐이라는 것.
김 회장이 사퇴시 흘린 눈물은 태권도계 이전투구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환멸일수도 있다. 하지만 태권도계 환멸에 앞서 자신 스스로가 과연 태권도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취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