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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번역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태권도 정신의 본산인 국기원과 관련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의 진실은 이렇습니다’란 문서 |
지난달 17일, 18일 국내 태권도장에 송달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태권도 정신의 본산인 국기원과 관련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의 진실은 이렇습니다’란 서신이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조정원) 총회 현장까지 날라왔다.
이 서신은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3개국어로 번역되어 해당 언어당 100부씩 총회 현장인 그랜드 호텔 티후아나 로비에 비치됐다.
총회 시작 약 1시간전에 비치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문서는 국내 지도자들에게 유인촌 장관이 보낸 서신이 그대로 번역되어 있으며, 마지막 부문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양진석 사무총장은 “이게 왜 여기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연맹에서 했을리 없지 않느냐? 하지만 현재 국기원 문제가 해외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맹국들이 걱정이 많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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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티후아나 현지시간 3월 2일) WTF 총회가 열린 그랜드 호텔 티후아나 로비에 있는 프론트에 올려진 유인촌 장관의 서신 번역문(왼쪽부터 스페인어, 영어,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있다.) |
총회 장소에서 참석자들 안내를 맡은 WTF 직원들 역시 이 번역 문서와 관련해 “전혀 몰랐던 사실이며, 왜 그것이 여기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현재 국기원(이사장 박창달, 원장 이승완)과 WTF의 관계는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기원은 80년도 김운용 초대원장 시절부터 연맹에 매년 지급해 왔던 해외 단증 발급 지원금과 관련해 한해 15억원씩 지급했던 관례를 없애고 지난해 말부터 WTF측에 지원을 중단했다.
국기원이 WTF에게 지원금을 중단한 표면적인 명분은 “WTF는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올림픽 경기 수입으로 4년간 100억원을 받고 있기에 국기원의 지원이 없이도 충분히 운영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월드태권도아카데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국기원의 고유업무가 연수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제하고 태권도진흥재단과의 교류를 통해 두 단체만이 WTA를 추진하고 있어 목적사업을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TF측은 국기원의 해외지부 설립과 지원금 중단 등의 문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 실무자는 “국기원에서 지난해 약 3억원을 주지 않았고, 올해 지원될 금액인 15억원 역시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어떠한 이유에서 지원금이 중단된 것인지를 묻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아직 답신은 오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국기원의 지원금이 중단된다면 WTF 재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WTF 총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WTF의 기존 멤버들이 현 체제와의 갈등으로 인해 국기원으로 이동하고 나니 이제는 전면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태권도 하나로 국기원, WTF, 대한태권도협회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고 여러사람들이 태권도로 많은 득을 보고 있었는데 정치적인 이유와 감정대립으로 인해 선배들이 이룩해온 세계적인 무도 스포츠 ‘태권도’의 명성에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 요즘같은 세상에 서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태권도는 왜 자꾸 갈라서려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누가 어떠한 목적에서 유 장관의 서신을 3개국어로 번역해 이 곳에 비치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와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이 문제는 두 단체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 티후아나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