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사장 박창달, 원장 이승완)이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조정원)에게 매년 지급해왔던 해외 승단심사 수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기원에서 연간 지급해왔던 해외단증 발급 지원금은 약 12억원이다. 지난해에는 3억원을 지원하지 않았고, 올해 지급될 금액인 12억원 또한 지원 중단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국기원이 이 같은 결정은 내린 것에는 WTF가 태권도진흥재단이나 정부 측과 손을 잡고 국기원의 목적사업을 침범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고, 올림픽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이 4년에 약 100억원 가량 되기 때문에 지원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 사정을 살펴보면 WTF가 국기원 현 집행부와 협조체계를 긴밀히 이루지 않고 있으며, 몇몇 실무자들이 국기원의 현 집행부와 반대편에 서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내부인사들은 “WTF 양진석 사무총장은 국기원이 엄운규 前 이사장과 이승완 현 원장의 대립구도에서 엄 전 이사장의 편에 서있던 인사이며, 국기원 국제국 이상헌 국장은 노조를 만들어 WTF 현 집행부의 부당해고에 반발하고 WTF의 일부 인사를 고소, 고발하면서 감정적으로 대립했던 사람이다”며 “국기원 김철오 사무총장 또한 WTF에서 사무차장으로 근무할 때 현 집행부와 관계가 원만치 않았던 인사다. 국기원의 법정법인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기원의 현 집행부는 WTF가 국기원에 협조를 하지 않고 반대편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기원과 WTF의 대립구도는 WTF에서 근무했던 김철오, 이상헌씨가 국기원에 입성하면서부터 우려됐던 문제다. 과거 국기원은 이사 중 WTF의 사무총장을 당연직 이사로 임명하는관례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6월 22일 엄 전 이사장의 임기 종료에 맞춰 함께 임기가 종료된 양진석 사무총장은 재신임하지 않았다. 또한 현 재적이사 19명을 모두 채웠지만 WTF에게 관례처럼 해왔던 당연직 이사제도는 전면 폐지 시켰다.
WTF측은 국기원의 지원금 중단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인사는 “국기원의 지원금과 우리의 수익금을 고려해 예산안과 사업계획을 맞춰놨는데 갑작스럽게 지원금을 중단한다면 일부 사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우선 어떠한 이유에서 지원금이 중단됐는지를 파악한 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국기원의 지원금 중단 결정에 WTF가 맞대응을 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만약 WTF에서 시합의 참가요건 중 ‘국기원 승(품)단 보유자’란 항목을 없애고 WTF에서 발행하는 시합출전용 라이센스를 만든다면 국내의 수요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해외의 승(품)단증 수요는 크게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WTF의 결정에 따라 국기원이 종주국에만 국한된 태권도 본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