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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이 관계기관에 민원이 제기된 그랜드마스터즈와 상설시범공연에 대해 자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
특수목적법인 국기원(이사장 홍문종, 원장 정만순)이 또 다시 비위 의혹에 흔들리고 있다.
국기원은 이미 지난해 포항에서 열린 태권도한마당과 관련해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주려 입찰 평가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현재 고위 직원의 재판이 진행 중에 있으며, 올해 평택에서 열린 한마당과 관련해서는 특정인의 부동산 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최지 선정에 특혜를 주고 보은(報恩)인사를 통해 한마당 실무와는 전혀 연관관계가 없는 사무총장과 기획관리국장을 위촉해 3개월간 급여성 활동비를 수령하게 해 배임 의혹에 쌓여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시행되는 ‘그랜드마스터즈 초청 기념사업’과 관련해 일부 예산이 특정업체 소속 또는 출신 인원에게 과도하게 지급되고 각 9개관협의체에 지급된 예산 일부가 명분과 세부내역의 확인 없이 지급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로부터 자료제출을 요청받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28일부터 서울시와 강남구로부터 약 10억원을 지원받아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되는 국기원 태권도 상설시범공연과 관련해서는 공연기획 업체 선정에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무대설치 등의 비용에 있어서는 과도하게 사업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국기원은 몇 가지 비리 의혹 중 현재 관계기관에 민원이 접수되어 있는 그랜드마스터즈와 상설시범 공연 관련 의혹에 대해서 자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특별감사는 국기원 회계감사인 박현철 공인회계사가 담당해 두 건의 사업비의 집행내역에 대해 실무자들과 함께 당위성을 파악하고 있다. 국기원에서 김철기 행정감사와 박현철 회계감사에게 특별감사를 요청했지만, 김철기 감사는 개인용무를 이유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기원의 자체감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기원 회계감사는 사실상 국기원 집행부라 할 수 있는 이사장을 비롯한 상근임원들의 추천으로 선임되는 만큼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문제 삼아 관련자들의 문책하고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회계적으로 증빙자료가 불충분하거나 예산 사용 및 지급 기준을 벗어나는 등의 행위에 있어서 이를 수정해주고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국기원의 비위 의혹이 현재 민원이 제기된 그랜드마스터즈와 상설시범공연 이외에 평택 한마당, 국기원 식당 입찰, 해외지원 설립, 어린이시범단 구성 및 단장, 감독 선임 등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제기됐다고 해서 해당 건만 가지고 자체 특별감사를 벌인다는 것 역시 국기원 비위 의혹을 축소,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이사는 이번 국기원 자체 특별감사에 대해 “국기원이 현재 외부에서 받고 있는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 감사를 특별감사로 위촉할 것이 아니라 현직 이사와 외부 회계사, 전문언론인, 변호사 등으로 특별감사를 임명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면 되는데 감사한테만 특별감사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은 현재 사안에는 맞지 않다”면서 “이번 사안은 국기원의 각종 비위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민원이 제기된 문제만이 아닌 최소한 올해 안에 발생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자체감사가 특별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될만한 것은 덮겠다는 의도 아니냐? 이러한 행태가 바로 증거인멸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국기원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기원측은 이번 자체 특별감사에 대해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오대영 사무처장 직무대행은 “해당 건에 대해서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감사원에서 민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다. 해당 기관 등에서 민원에 대한 답변(해명)을 요청하다보니 우리 스스로 외부의 의혹에 대해 ‘정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어떠한 부분이 오해가 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감사에게 요청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이제 막 감사가 진행된 사안이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원장님을 비롯해 부원장님 또한 이번 사안에 대해 철저한 규명을 원칙으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시니 (공정성 문제에 대해)너무 앞서서 오해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국기원이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어떻게 대책을 강구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동안 국기원은 각종 특혜 및 비리 의혹에 대해 문제를 감추거나 덮으려는 식의 모습만을 보여줬다. 또 해당 의혹이 일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거나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저 ‘법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나 몰라’식 태도를 취한 바 있는 것.
태권도계는 이번 국기원의 특별감사 역시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각종 특혜 및 비위 의혹을 축소, 은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