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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태권도협회 회장에 오른 이승완 회장(좌)과 연합회를 대표해 상임부회장에 추대된 김경덕 부회장(우)이 통합 성공을 축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태권도가 드디어 통합됐다.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이승완)와 국민생활체육전국태권도연합회(회장 이재희)는 5월 25일 오후 2시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파크텔에서 통합총회를 열고 대한민국태권도협회 출범을 통해 양 단체의 통합을 마무리 했다.
KTA는 통합총회 전날인 24일 통합의 마지막 절차인 자체 대의원총회를 열고 통합 의결의 건을 처리했다.
KTA는 지난 3월 23일과 5월 3일, 5월 10일 총회가 성원미달로 인해 무산되자 그동안 진행된 일방적이고 주먹구구식 행정에 대해 인정하고 대의원들과의 의견 조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으며, 적법한 절차를 밟아 대의원총회를 개최해 통합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22명의 대의원 전원이 참석해 통합을 위한 의지를 들어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실무자가 직접 참관인으로 파견됐다.
순조로울 것 같은 총회였지만, KTA의 처참한 행정능력이 도마에 오르며 진통이 이어졌다.
문제는 KTA가 등기이사를 제때 정리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지난 5월 17일 이사회의 의결 정족수 문제가 부각됐다.
5월 24일자로 KTA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현재 KTA의 대표는 지난 1월 29일 사임한 김태환 전 회장으로 되어 있다. 국회의원인 권성동 의원 또한 아직 등기상으로는 KTA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14년 5월 승부조작 의혹으로 인해 사임한 김세혁 전무이사와 같은 해 7월 고인이 된 故 권갑수 부회장, 2015년 2월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취임 문제로 사임한 김성태 부회장도 등기상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지난 2월 29일 제27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승완 회장은 현재 등기상 대표가 아닌 이사로 되어 있다.
김무천 사무국장은 등기문제와 관련해 “개개인을 찾아가 인감증명과 사임서를 받기 어렵고, 시간이 부족해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무려 사임한지 1~2년 이상 된 사람들의 아직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과 2년 전 고인된 사람이 아직도 등기이사로 되어 있는 점은 KTA 행정이 얼마나 밑바닥 수준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됐다.
결국 이 문제는 당시 총회 참관인인 대한체육회에서 나서 “법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우리 규정상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다. 의결정족수에 대해 적법한 이사회로 유권해석을 내린다”고 정리하면서 넘어가게 됐지만, 향후 법적분쟁이 야기될 소지가 높게 됐다.
통합총회 개최를 가늠하는 통합 의결의 건은 지난 12일 법원이 ‘통합추진위원회에 대의원들의 권한이 위임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과 관련해 설전이 이어졌다.
통합추진위원회에서 합의한 초대회장 이승완, 상임부회장 김경덕 추대, 21명씩 총 42명의 대의원, 20명씩 총 40명의 임원 구성 등에 있어 인천 노순명 대의원, 경북 성문숙 대의원, 실업 김태일 대의원이 원안대로 통과를 주장하는 가운데 충남 나동식 대의원, 서울 장용갑 대의원, 대학 최재춘 대의원이 “법의 판결을 무시하고 이 건을 통과시켰다가는 우리 대의원 모두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통합 합의안의 일부 수정을 주장하고 나서 결국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나의 안을 정하기로 했다.
결과는 12명의 대의원이 노순명 대의원의 원안대로 통과에 찬성표를 던졌고, 8명의 대의원이 나동식 대의원의 법의 판결 존중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통합추진위원회 합의 사항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우여곡절 끝에 KTA는 자체대의원총회에서 통합 절차를 마쳤으며, 25일 통합총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25일 총회는 KTA 21명 대의원과 연합회 21명 대의원 중 KTA 초등연맹 대의원만이 불참한 가운데 41명이 참석해 성원됐으며 ▲통합 정관 심의의 건 ▲임원 선출의 건 ▲2016년도 사업 및 예산 심의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24일 총회와 달리 25일 통합총회는 순조롭고 스피드하게 진행됐다.
서울 장용갑 대의원이 매 안건마다 원안대로 통과를 주장하면서 의견 다툼 없이 순조롭게 안건 승인이 이루어 진 것.
임원 선출의 건과 관련해 양 단체에서 추천하는 20명씩 총 40명의 임원을 모두 선임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만약 결원이 발생할 경우 회장에게 선임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감사 역시 양 단체의 감사 2명씩을 그대로 감사로 선출하기로 했다.
이로써 태권도는 대한체육회 90여개 가맹단체 중 제일 마지막으로 통합을 이뤘다.
태권도가 대한민국태권도협회로 통합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오는 9월 30일 이전 새로운 통합회장을 선출하기까지 많은 숙제를 남겼다.
특히 최근 KTA가 보여준 밑바닥 행정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통합협회로써 가맹단체들에게 올바른 행정을 선도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이 시급한 과제로 떠 오른 것.
이제 칼자루는 초대통합회장에 오른 이승완 회장에게 쥐어졌다.
지금까지 보여준 KTA의 밑바닥 행정을 이 회장이 묵인하고 넘어갈지 아니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 대한민국태권도협회를 올바른 단체로 정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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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가장 마지막으로 통합에 성공했다. |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