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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진(공인 8단,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총감독, 2017 삼순 데플림픽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 총감독, 2010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코치, 2012~2013 청소년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전임지도자) |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올림픽 감독으로 큰 무대를 다녀왔다. 그 어느 지도자 누구나 올림픽 이라는 큰 무대를 꿈꾸기는 하지만 분명 쉽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는 24년이라는 지도자 생활 중 어쩌면 가장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많은 우승과 감격의 순간을 맛보기는 했지만 이번 2017 터키 삼순 농아인 올림픽은 필자의 지도자 생활 중 가장 뜻 깊고 의미있는 대회였다. 필자에게 영광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이하, 대장태) 장용갑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필자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본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를 해준 김병기 코치와 김원재 트레이너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입과 마음이 되어준 권나연 수화통역사님과 함께 고생한 9명의 모든 태극전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필자는 앞으로 대한민국 장애인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청각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의 현실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보고자 한다.
▷. 청각 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의 현실
첫 번째, 지금 우리 청각 장애인 선수 수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42살의 노장 선수가 올림픽에 3번째로 출전할 정도로 선수 수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42살의 임대호 선수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큰 경쟁자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또한 여자는 3체급과 4체급 선수가 있기는 하나 단 한 명씩의 선수밖에 없으며 이번 올림픽 엔트리 조정 때 3체급과 4체급을 뺀 결정적인 이유는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4년 후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층은 불안한 실정이다.
두 번째, 우리 선수들의 직업군은 다양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직업군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훈련에 전렴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훈련에 전념을 하지 못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자신의 직업을 갖고 생활하다가 대표팀 훈련을 위해 대표팀이 소집될 때 잠시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두고 대표팀 훈련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무리한 트레이닝을 소화할 수가 없으며 효과적인 훈련이 진행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나가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우리 청각 장애 선수들은 실업팀이 단 하나도 없다. 남자 3체급의 이학성 선수는 올 해 대학을 마치고 현재 김포시청에 입단하여 정상적인 실업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이 첫 사례일 만큼 어려울 실정이다. 다시말해 태권도 장애인 실업팀은 단 한 곳도 없는 현실이다. 이는 우리 선수들의 선수층이 얇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수준의 선수들은 아예 운동을 포기해 버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올림픽에 출전할만한 수준의 선수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직업을 찾아 갈수 밖에 없으며 운이 좋으면 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훈련에 합류하고 또 갑자기 무리한 훈련으로 과부하가 걸리고 부상을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실정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 청각 장애인 태권도의 방향
이제 우리 선수들의 희망은 올림픽이 유일하다. 메달을 획득할 경우 국가의 명예는 물론 자신에게 연금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반짝 훈련, 반짝 선수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성적은 보장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세계 선수들의 수준은 놀라울 만큼 우리 선수들의 수준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우리 선수들의 수준이 그나마 구세대와 신세대이 조화가 어느 정도 성립되면서 자연스럽게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평가이기는 하지만 4년 후는 물론 앞으로의 성적을 기대 한다면 신인선수의 발굴과 더불어 수시 강화 훈련을 통한 경기력 유지 등 체육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특정 선수가 아닌 고른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품새나 겨루기 경기 중복 출전을 금지 시켜야 할 것이며 품새 또한 한 선수가 3종목에 출전하는 사례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는 체육회에서 9명이라는 출전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겨루기 품새 중복 출전이나 품새에서 개인전, 혼성전, 단체전 식의 여러 종목에 출전 할 수밖에 없었던 실정이었다. 우리 대한민국 팀이 정상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겨루기 경기에서는 남자, 여자 겨루기 4체급씩 총 8명의 선수가 필요하고 품새 경기에서는 남자, 여자 단체전이 3명씩이기 때문에 총 6명의 선수가 필요하며 6명의 선수 중에서 개인전과 혼성전만 구분해서 선발하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총 14명의 선수가 필요하지만 예산 때문에 9명의 선수만 출전하게 된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 우리 선수들은 4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어도 출전하지 못하는 사례는 앞으로 분명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애인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위에서 제언한 내용들이 개선되어야 앞으로 청각 장애인 선수들의 미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현 실정에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경쟁력도 없고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필자를 비롯한 선수 그리고 협회와 체육회는 부단히 연구하고 개선해 가며 모두 함께 노력해야 미래는 보장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