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유관 4개 단체인 국기원(직무대행 송상근 부원장),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이대순)이 2008년부터 협조와 타협 속에 순차적으로 주최하기로 한 ‘태권도의 날’ 행사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9월 4일 전라북도 무주군 태권도 공원 기공식 행사와 함께 열기로 한 '2009 태권도의 날 기념식 및 태권도공원 기공식' 행사에 국기원 측이 공식적인 불참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3일 국기원 방만규 기획팀장은 “태권도의 날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태권도인의 행사다. 올해 행사는 지난해 국기원이 주관한 태권도의 날 행사와는 다르게 태권도 공원 기공식 위주로 기획되어 있다. 태권도의 날 행사차원이 아닌 태권도 공원 기공식 위주로 돌아가 기본적이고 순수한 개념이 저해됐다”며 “윗분들(임원회의)이 결정한 사안이다. 5천만원의 지원금 또한 지급을 고려중이다”고 국기원 불참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국기원은 지난달 31일 임원회의(부원장, 연수원 부원장, 총무이사, 사무처장 등 참석)에서 태권도의 날 행사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기원장의 유고로 인해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송상근 부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 따라야지 어쩔 수 없다. 총무이사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며 국기원의 불참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이에 당황스러운 것은 태권도진흥재단이다. 태권도진흥재단은 올해 초 태권도의 날인 9월 4일을 태권도 공원 기공일로 정하고 이 기한을 맞추기 위해 태권도 공원 기공식 행사를 준비했다. 또한 지난해 국기원 주관 ‘태권도의 날‘ 행사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이 국내외 인사들을 초청하고 5천만원씩을 분담해 지원했던 것을 갑작스레 국기원측에서 참여협조 및 지급 불가를 의지를 밝히자 '태권도의 날’ 행사가 반쪽 행사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태권도진흥재단 송동근 사무총장은 “태권도 공원은 전 세계 7000만 태권도인들을 위한 공원이자 성지로서 태권도인들의 자산이다. (국기원측에서)태권도 공원이 진흥재단 소유물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태권도 공원 기공식은 태권도의 날 행사 중 일부다”며 “국무총리 및 국내 정부요인들과 해외 스포츠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공식행사이기에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태권도의 날을 기획했던 것이지 기공식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기원장의 유고 등과 같은 내부자체적 문제로 인해 실무진들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송상근 부원장과도 전화통화로 참석여부를 확인했다”고 “태권도의 날 순수한 목적이 결여되어 불참하겠다”는 국기원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무주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장배 품새대회에서 만난 양진방 전무이사 또한 국기원의 불참에 대해 ‘태권도의 날’ 위상이 저해되는 것을 우려했다.
양 전무는 “국기원의 불참이 기정사실화 된다면 이는 앞으로 열릴 태권도의 날 행사에 걸림돌로 적용된다”며 “4개 단체의 협의와 협조체계에서 이루어지는 태권도의 날 행사가 깨질 수도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기원의 결정이 직무대행인 송상근 부원장의 생각이 아닌 일부 인사의 독단으로 보고 있다.
한 태권도계 임원은 “만약 직무대행인 송 부원장의 의지를 무시하고 일부 인사가 강압적으로 이번 결정을 추진했다면 이는 큰 문제다. 세계 태권도 본부 국기원이 결정 절차를 무시하고 일부 고위 임원 마음대로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증거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반드시 국기원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파행으로 이미지가 나락에 떨어진 국기원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권도진흥재단에 대한 국기원의 ‘보이콧’으로 보이는 이번 결정으로 태권도 단체간의 대립도 심화될 것으로 사료된다.
'태권도의 날'은 1994년 9월 4일 태권도가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졌으며 2007년 '태권도 진흥 및 공원 조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법정 기념일로 지정 됐다.
2008년 6월 22일 시행되는 '태권도 진흥 및 공원 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9월 4일에는 국기원 주관의 첫 '태권도의 날' 행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에서 열리기도 했다.
국기원 측은 공식적인 참여는 반대하지만 개인적인 참여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태권도의 날 행사 참석한 태권도인들 및 각국 인사들에게 이번 행사는 '태권도계가 화합하지 못한 태권도의 날'로 남을 전망이다.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