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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기원 발전방안을 위한 간담회' 현장 |
국기원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들이 법정법인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국기원 이사인 송상근, 조영기, 이승완, 송봉섭, 박현섭과 지난 3월 사표를 제출한 前 국기원 이사인 김철오, 이근우, 이종승은 서울시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국기원의 발전방안’에 대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는 엄운규 이사장을 포함한 과거 19명의 이사들이었지만 상위 8명과 국기원 이근창 사무처장, 방만규 기획팀장, 오대영 교학처장만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시작됐다.
간담회에 앞서 국기원정상화추진위원회 이승완 위원장과 이근창 사무처장은 현재의 국기원 이사들과 관련한 법적공방 상황을 설명했으며 일부 사안들에 대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국기원은 9월 23일이면 기존 이사 6인(엄운규 이사장 포함) 중 송상근, 이승완, 송봉섭을 제외하고 임기가 종료된다. 만약 국기원 이사회를 두고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국기원 이사회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양측모두 똑같다. 9월 23일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보궐이사들과 기존 이사들의 임기를 함께 연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포인트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이사들은 정부측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입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기원 이사 문제와 관련해 내정설이 나돌고 현 재적이사인 6인중 과거 전력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임기보장 건을 무효화 시키고, 국기원측에서 기획한 정관을 문체부 자체에서 바꿨다는 등의 사건들이 국기원 이사들로 하여금 법정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한 것이다.
몇몇 이사들은 문체부 과장급 인사들의 교체가 빈번히 이루어 진 것 또한 정부가 국기원 문제에 깊숙이 개입했지만 별 다른 성과가 없기에 문책성 인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이사는 “국기원의 법정법인 전환은 대한민국 국기이자 세계 대표브랜드 태권도가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려는 생각에 추진한 것이다. 태권도진흥법에 따라 순리적으로 이루어 져야한다”며 “정부의 개입이 심화됨에 따라 혼란이 가중되고 헤게모니처럼 비춰질 수 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놔둬야 하는데 선을 넘어 정관을 바꾸고 인사권 등에 대해 개입하려고 하니 난항을 거듭하는 것이다”고 정부의 개입이 도를 넘어 선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들어냈다.
국기원 이사장으로서 국기원과 태권도를 개혁하겠다던 대한태권도협회 홍준표 회장(한나라당 前 원내대표) 또한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한발 뒤로 물러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홍 회장은 일단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다가 내부정리가 된 후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법원의 화해권고 또한 막판 홍 회장의 이사장 선출 보장 건과 엄 이사장의 임기보장 건이 맞물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며 “홍 회장은 태권도인들과 국기원 자리문제를 두고 싸울 레벨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야망이 있는 사람인데 국기원에서 정치적 피해를 입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법원의 모호한 판결 또한 정부가 배경에 있다는 설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초 엄 이사장측은 법원에 이사직무정지 가처분 및 5인 이사회 무효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화해를 종용하는 차원의 합의 권고를 수차례 내렸고 상호간 대립만 심화시키는 꼴로 만들었다. 결국 지난달 31일 화해권고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는 이전 상황과 다를 것이 없는 판결이었다.
태권도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엄 이사장측이 제기한 ‘이사직무정지 가처분과 5인 이사회 무효’에 관한 판결만을 냈어야 하지 권한을 넘어서 ‘△엄운규의 이사장 지위를 인정 △엄운규와 함께 지난 5월 보궐 선임된 홍준표, 이범래, 배영상, 최영렬, 이봉, 박구진, 정만순의 이사직 인정 △엄운규 이사장이 추천한 강원식, 이승국, 오승철, 김명진, 박명환, 오응환을 이사 후임이사로 임명 △9월 18일 이전에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관이 발효되지 않을 경우 9월 23일 이전에 국기원 이사회를 개최해 홍준표, 이범래, 배영상, 최영렬, 이봉, 박구진, 정만순과 강원식, 이승국, 오승철, 김명진, 박명환, 오응환 중 9월 23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사들에 대해 재신임으로 임기연장‘ 등의 식으로 화해권고를 내린 것은 오히려 분란을 증폭시키는 판결이란 주장이다.
아직 국기원은 법정법인전환이 이루어 진 것이 아니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도 아니다.
2007년 4월 18일 태권도계는 ‘태권도 진흥법 조기제정 촉구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국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권도를 올림픽경기 정식종목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태권도 진흥과 지원 육성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특별대책위원회는 태권도 진흥법의 조기 제정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아시아태권도연맹 등 태권도 4단체장과 16개 시·도 태권도협회 회장단으로 구성되었으며, 태권도 진흥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전국 태권도인들의 서명서를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 특별대책위원회에 적극 가담한 인사들 역시 현재처럼 국기원 문제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가 불확실했기에 범국가적차원의 지원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국기원이 60억원의 발전기금을 보유하고 있고 한해 승단수입을 포함한 사업으로 8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간섭이 심화되고 국기원을 헤게모니 시키려는 의도가 보이는 지금 마치 국가에 헌납하듯이 국기원이 정부 산하로 편입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태권도계의 부정적인 입장과는 반대로 정부측은 태권도인 스스로 국기원과 태권도를 위기로 몰아갔고 또한 비리의혹 및 부정단증, 1.19 폭력사태 등의 문제는 태권도인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를 못했기 때문이기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기원 문제의 해결은 국기원 이사들과 태권도인들의 몫이다. 9월 23일 이전에 확실한 결단력을 보여 새로운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을 위해 전원 개혁의지를 사회만방에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인적개혁, 투명운영, 비리인사 척결 등 강력한 자체정화가 이루어 진다면 정부가 간섭할 명분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국기원이 한국 정부의 소유물로 전락하게 될지? 세계태권도본부란 타이틀에 맞게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성지로 남을지? 국기원 이사란 직잭에 걸맞게 올바른 선택과 혜안으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줘 태권도인들의 기대처럼 국기원을 다시 태어나게 해주길 기대해 본다.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