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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기원 원장실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엄운규, 송상근, 송봉섭, 박현섭, 조영기, 이승완 6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
내홍과 알력다툼 감정대립 등으로 6개월간 제기능을 하지 못한 국기원 이사회가 정상괴도에 오르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법원의 8차에 이르는 화해권고에도 대립의 각을 세우던 양측이 지난 5월 보궐 선임한 홍준표 외 6명의 이사가 9월 8일 전후로 사퇴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11시 개최된 ‘2009년도 제2차 임시이사회’에는 자의타의로 사표를 제출한 13명을 제외한 엄운규, 이승완, 조영기, 송상근, 송봉섭, 박현섭 6명의 재적이사가 참석했으며, 보고사항인 △정관제정 문제 및 보선이사 선임 △이사회 소집 및 의결 등의 법적문제 △국기원 이사 간담회 와 부의안건인 △이사 보선에 관한 건 등이 논의됐다.
이날 이사회 참석자들은 지난 3월 최창신 前 국기원 이사를 필두로 시작된 사표제출자 13명에 대해 전원 잔여임기까지 추가 선임하기로 하였으며, 21일 국기원에서 과거이사 19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국기원의 발전방안과 이사회 정상화에 대해 각자의 입장과 주장을 들어보는 간담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국기원은 지난해 6월 22일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면서 법정법인을 위한 최대 과제인 정관제정을 했어야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에서 과거 협의와는 다르게 △임원 결격사유 예외 없이 포괄적용 △원장 선출 등에 있어 장관 승인 필요 △상근이사인 부원장, 총무이사 제도폐지 등을 요구하고, 국기원 이사회는 이를 전면으로 반대하고 나서 13개월째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국기원의 표류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국기원 이사들은 ‘국기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에 이승완 이사를 선출했지만 이도 3월부터 시작된 이사들의 줄줄이 사표와 관계기관의 압력으로 6개월간 이승완 위원장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정상화를 위한 방안중 하나인 이사회 구축을 위해 국기원은 지난 5월 송상근, 송봉섭, 박현섭, 조영기, 이승완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홍준표(한나라당 前 원내대표), 이범래(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만순(충청북도태권도협회장), 이 봉(경원대학교 교수), 배영상(계명대학교 교수), 최영렬(경희대학교 교수), 박구진(변호사) 7명을 보궐 선임했지만 엄 이사장의 ‘이사직무정지가처분’ 신청으로 8월 31일까지 법원의 8차에 이르는 심문과 화해권고란 벽으로 인해 상기 7명이 9월 8일 전후로 사퇴하는 계기가 됐다.
이날 이사회는 사실상 법원의 합의 조건인 홍준표, 이범래, 정만순, 배영상, 이 봉, 최영렬, 박구진 이사 인정과 엄 이사장측이 선임한 강원식, 이승국, 오승철, 오응환, 김명진, 박명환 이사 선임이 물거품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사회기도 하다.
이근창 사무처장은 이사회 직후 갖은 브리핑에서 “13명의 사표 제출 이사 중 재취임승낙서를 낸다면 잔여임기까지 이사로 남을 수 있다”며 “21일 간담회 형식을 빌려 각자의 입장과 국기원의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고 이날 이사회의 결론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이승완 추진위원장과 조영기 이사 또한 이날 이사회를 “엄 이사장과의 화해로 봐도 좋다”고 주장했다. 엄 이사장과 이 위원장의 화해모드는 이사회 직후 오찬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에서도 일부 포착됐다. 이 위원장이 자신의 차량으로 태권도 원로이자 선배인 엄 이사장을 오찬장소까지 동석하며 에스코트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나를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해 놓고 자의타의로 13명의 이사가 사표를 제출해 안타까웠다. 지금까지 추진위원장으로서 6개월 5일이 지났다”며 “내 나름대로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 해왔다. 한때 국기원장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태권도와 국기원의 미래를 위해 개인 욕심도 버리고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문체부의 반대와 네거티브성 언론 보도로 인해 힘들었다”고 추진위원장으로서 6개월간 고심했음을 내비쳤다. 이어 “(추진위원장으로서)국기원 예산 10원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내 돈을 써가면서 국기원과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 노력했는데 마치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하는 것처럼 비춰져서 아쉽다”며 “사외 인사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려고 홍준표 외 6명을 선임했는데 이렇게 돼서 내가 그분들께 빚을 지게됐다”고 지난 5월 보궐 선임된 7명의 인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 이사 또한 이 위원장의 노력을 인정하며 현재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비춰지고 있는 태권도의 이미지 실추와 정부의 선을 넘는 개입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 위원장은 태권도와 국기원의 발전을 위해 순수한 목적으로 지금까지 노력한 사람이다. 이미 시효도 지났고 죗값도 치뤘다. 나와 이 위원장 모두 태권도인으로서 태권도 발전을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고군분투 하는 사람들이다”며 “올림픽의 잔류와 유사단체의 난립을 막기위해 2007년도에 태권도특별법 조기제정을 촉구했지만 큰 틀의 보호를 원했던 것이지 인사권 및 정관 개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좋지않다. 공청회 등을 통해 특수법인 전환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정부의 선을 넘는 개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들어냈다.
이날 이사회 이후 태권도계는 “사실상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엄 이사장과 이 위원장 양측모두 국기원 정상화란 명분하에 한발씩 양보하고 협상테이블로 나왔기 때문이다.
13명의 이사가 복귀한다고 해도 9월 23일이면 이 중 9명 이사(이종우, 이장원, 김영환, 안종웅, 양진석, 이규석, 박현섭, 엄운규, 조영기)의 임기가 만료된다. 일각에서는 다음주 간담회에서 이들의 임기 연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기원이 과연 이번 이사회를 시작으로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심사비 파문과 각종 사건으로 얼룩진 태권도가 국기원 정상화란 모습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제고할 수 있을지? 국기원 이사회에 대한 태권도인들의 기대가 큰 시점이다.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