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기원 5인 이사회(송상근 부원장, 송봉섭 연수원 부원장, 박현섭 총무이사, 조영기 이사, 이승완)가 보궐 선임한 7명의 이사(홍준표, 이범래, 박구진, 배영상, 최영렬, 이 봉, 정만순)중 홍준표(한나라당 前 원내대표), 이범래(한나라당 국회의원)가 국기원 이사 사퇴를 결정하고 9일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대한태권도협회장이기도 한 홍준표 국회의원은 국기원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로 지난 6월 30일에는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국기원의 전폭적인 개혁을 주장하며 국기원 이사장으로서 태권도와 국기원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홍 회장의 사표와 관련해 “정부의 종용이다”, “정치 생명을 위해 한 발 물러 선 것이다”, “9일 서울시와 국기원 이 모 이사의 수사결과로 인한 영향이다” 등의 무수한 설들이 오가고 있지만 측근들은 지난달 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국기원 엄운규 이사장의 만남이 홍 회장의 이사직 사퇴 결심을 굳히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홍 회장은 자신이 천명한 국기원 개혁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엄운규 이사장의 의지와는 상이하게 틀리다는 것을 인지하고 세력싸움 등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과 법원의 판결이 ‘자리나눠주기식’으로 내려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이 자리에서 더 이상 국기원 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거론하지 말라며 문체부와 엄 이사장 의지대로 해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문체부와 엄 이사장의 방식을 부정하고 ‘당신들 멋대로 해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홍 회장은 제3자 입장으로 내홍과 알력다툼으로 얼룩진 국기원을 개혁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홍 회장은 △제도개혁 △인적쇄신 △정관개정 △운영혁신 △투명운영 △세계화를 위한 이사 정원 대폭 확대(국가 할당제) 등을 주장하며 국기원 이사장이 된다면 전권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로 마음을 굳혔었다. 당시 홍 회장의 개혁 사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국 태권도인들의 지지를 얻었으며 홍 회장의 국기원 입성과 개혁에 탄력을 주기도 했다.
이번 홍 회장의 사표 제출로 타격을 입은 것은 기존 5인 이사들이다. 이 중 한 이사는 “우리는 자의/타의를 떠나 기존 사표를 제출한 13명 중 6명을 복권 시키라고 엄 이사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엄 이사장은 이승국 이사를 제외하고 전 이사들과 상관없는 6명을 선임했다”며 섭섭한 마음을 들어내기도 했다.
홍 회장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해도 국기원 이사회가 정상괴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두 명을 제외한 11명의 이사들 중 누구라도 법원의 화해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의신청을 재기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홍 회장의 사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태권도계에서는 강성발언으로 반대측 인사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국민들과 해외 태권도인들은 홍 회장의 개혁 의지가 반가운 입장이었고, 또한 홍 회장이 이번 기회로 소란스런 국기원을 잡아주고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던 만큼 홍 회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닌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불가항력으로 국기원 이사직을 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기원의 최우선 과제는 누가 이사장이 되고 누가 원장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사들이 얼마나 내부개혁과 인적쇄신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열정이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최우선 과제인 국기원 정상화가 과연 국민과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의지와 기대에 맞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련인사들은 항상 세계 7천만 태권도인들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