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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판선 전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태권도 기술의 정체성 확립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대한민국에서 역대 최다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한 지도자하면 전판선 전 국가대표 감독이 떠오를 것이다.
전판선 사범은 2003년 브라질 국가대표 감독으로 초빙되어 건너가기 전까지 약 30여년간 국내 태권도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초.중.고.대학 전 학군에 걸쳐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브라질 최초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비롯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태권도 종목 최초로 동메달을 안기며 일약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현재 브라질에서 태권도 후진 양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전판선 사범을 만나 태권도의 나아가야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전 사범은 얼마 전 열린 경주 코리아오픈 대회를 예로 들며 “이건 태권도가 아니야 닭싸움이지. 이런 식으로 태권도가 가면 안돼”라고 안타까워 했다.
“우리가 배우고 가르친 태권도는 격기 운동으로 방어를 기본으로 상대를 타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면 전혀 그런 것이 나오지 않아. 과거 심판판정에 불신이 있었을 때는 판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선수들이 호구를 차는 소리가 뻥뻥나서 관중들이 재미있어도 하고 관심 가지고 봤는데 이제는 선수들의 타격에 힘은 없어지고 호구에 발을 문지르거나 비비는 또 머리에 살짝 가져다대는 동작만 나오고 있어. 태권도가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전 사범은 현재 겨루기 경기가 재미없다라는 인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태권도 본연의 기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한 이유로 전자호구를 사용한 것이 오히려 태권도 기술을 퇴보시킨 결과라는 것.
그는 “전자호구가 사용됨으로써 심판판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시적인 방편밖에는 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판 교육을 강화하고 심판 자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어야 하는데 전자호구를 도입하다보니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전자호구 기술력에 끌려다니고 있어 태권도 본연의 기술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 기술에 전자호구가 따라와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전자호구 기술력에 맞춰 경기규칙이 따라가고 각 팀 지도자들은 득점내기에만 급급해 태권도 본연의 기술을 전수하기보다 득점을 따기 위한 요령만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권도 경기가 다른 스포츠처럼 관중 중심, 미디어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격기 스포츠만의 특성을 살려야 하는데 지금의 태권도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복싱이나 유도 같은 경우 KO, 한판승이라는 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극적인 요소가 있는데 태권도는 이제 KO승이라는 것도 빠져 있고, 또 얼굴득점의 경우 타격이 아닌 터치의 개념으로 주다보니 한발로 깽깽이 동작을 하듯이 발만들고 톡톡 밀기만 하고 있다. 이래서는 태권도가 자랑하는 돌개차기, 회축, 나래차기 등의 고난이도 기술이 전혀 나오지 못한다. 지금 당장은 올림픽 잔류라는 목표 때문에 근시안적인 방책으로 이러한 전자호구, 기술 등을 내어놨는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 태권도가 세계적 스포츠로 굳건히 서기 위해서는 태권도만의 특성이 묻어있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사범은 이번 코리아오픈에 대해 “경기 전문가라는 경기인 출신이나 지도자들 조차도 왜 저 선수의 행위에 대해 득점이 들어갔는지 알지 못한다. 전광판을 보고 득점이구나 아니구나 판단한다. 이번 대회에서만 보더라도 지도자들이 모여앉아 ‘아 득점이구나’ 생각하는 동작에서는 점수가 나오지 않고 ‘저게 뭐야’라고 생각하는 동작에서는 점수가 들어갔다. 어떠한 기준에서 득점이 판단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눈으로 보는 강도와 컴퓨터가 인식하는 강도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는 관중 중심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면서 “관중들은 선수들이 뻥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선수가 휘청거릴 정도로 공격을 하면 득점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경기를 만들려면 관중이 득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득점이 되어야하지만 지금의 전자호구는 오히려 득점이라고 생각하면 점수가 안나오고 선수들이 붙어 비비고 있으면 점수가 나온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태권도 경기가 재미있어 질 수 있겠는가? 전자호구 업체의 기술력에 끌려다니면 안된다. 한국은 IT강국 아닌가? 연맹에서 기술기준을 제시하면 그 기준에 충족하는 기술력이 존재한다. 연맹의 기준을 전자호구 업체가 기술개발로 따라오게끔 만들어야 한다”라고 반문했다.
전 사범은 또 “현재 전자호구 기술력에 태권도가 끌려가다보니 전 세계 지도자들 대부분이 태권도 본연의 기술을 가르치기는커녕 어떻게하면 전자호구가 득점으로 인식할까라는데 주안을 두고 선수들에게 태권도 정신, 기본기 등은 가르치지 않고 발을 몸통과 머리에 가져다 톡 대는 요령만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태권도는 이름만 태권도일뿐 보여지는 것은 전혀 우리가 아는 태권도와는 다른 운동이 된다”면서 “해외 국가들은 현재 유소년팀을 활성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주니어, 시니어, 마스터 급으로 관리하려는 심산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다. 유소년 태권도팀은 점점 줄고 도장에서도 태권도 선수 육성을 하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유소년 태권도 활성화를 위해 팀을 늘리고 지도자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사범은 “태권도가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WTF,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등의 태권도 단체들이 ‘나’라는 개인이기주의를 버리고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 태권도의 문제점은 무도 태권도, 스포츠 태권도가 무도도 아니고 스포츠도 아니고 결국 태권도도 아니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도 버리고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가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도 버려야 한다. 지금 우리(태권도인)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인식을 함께 가지고 머리를 맞대며 태권도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