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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출전한 한국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정훈 선수와 명재진 코치 |
“엄마 나 일등 먹었어!”
제8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 첫 금메달 주인공 김정훈(남자 -48kg, 창원용호고 3학년)이 우승 직후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건넨 말이다.
한국은 1일차 경기를 은1, 동1로 마쳐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2일차 역시 5명의 선수 중 2명이 탈락하면서 한국의 종합우승은 멀어지는 듯 했다.
불안해진 한국팀이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재도약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든 선수가 있다. 바로 첫 금메달의 주인공 김정훈이다.
창원용호고 출신의 김정훈은 국내대회에서 동메달을 두 번 땄을뿐 단 한 차례도 1위에 입상한 역사가 없는 선수다. 지난해 코리아오픈 -48kg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국내대회에서는 매번 16강 및 8강에서 무너져 고배를 마셨다. 청소년 대표로 확정 됐을 때도 김정훈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경남 하동출신으로 진교초등학교 3학년 진교체육관에서 처음 태권도를 접해 선수의 길을 걸었다는 김정훈의 장기는 뒷차기다. 왜소한 몸에서 나오는 전광석화 같은 뒷차기는 이번 대회에서 외국선수들의 주특기인 ‘컷트발(상대의 공격을 견제하기 위해 앞발을드는 행위)’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기술로써 상대를 제압한 것이다. 상대의 컷트발에 김정훈은 현란한 스템에 이어진 빠른발 연속 공격으로 득점을 뽑아냈다. 8강에서 김정훈은 러시아 선수에게 힘과 신장에서 밀려 접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치고빠지는 경기운영으로 고비를 넘겼다.
시상식후 만난 김정훈은 “믿겨지지 않는다. 내가 정말 1위를 한게 맞느냐?”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태극기가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서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너무 감동적이다”고 전했다. 18세 소년이 국제무대에서의 메달획득으로 애국심을 느낀 것이다.
경기 전 김정훈의 부모님은 전화로 “다치지 않기만을 바란다. 체중조절이 힘든만큼 잘 견디고 니가 자신있게 하고싶은 것을 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 김정훈은 자신의 장점인 현란한 스텝으로 상대를 교란시켜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훈은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을 때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생각했다. 국가대표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어 이번 대회는 최종 목표로 가기위한 관문이기에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합에 임했다”며 “명재진(영천고) 코치와 이상호(풍생중) 코치가 훈련시 많은 배려로 나의 실력이 배가 되게 만들어줬다. 작은키가 단점인 나에게 상단공격에 신경을 쓰고 경기 종료까지 긴장을 풀지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지도했다.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지도하고 하는 코치들 덕분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기를 제데로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표팀 지도자들이 한국팀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담당 세컨인 명재진 코치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선수역시 첫날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긴장을 많이 하고 부담감도 컷다. 그냥 편하게 하자고 말했다. 대신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고 얘기했다. 중간중간 정신차려라는 말로 김정훈 선수의 집중력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선수가 잘해준 덕분에 금메달이 나올 수 있었다. 짧은 훈련기간 집중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힘들었을테지만 잘 따라와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김정훈은 시합전 전자호구 사용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었다. 2년전 대회에서 한번 사용해본 전자호구였지만 당시 1점도 내지 못하고 패배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호구 사용에 대한 부담감을 현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줄여주고 외국 선수들의 컷트발에 대비해 밟고 차는 기술을 전수하면서 김정훈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우승이 김정훈의 도약을 말해주는 결과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학교와 장종원 코치, 김권중 트레이너에게 감사하다.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학교와 친가족처럼 희생과 배려를 해주는 코치님, 함께 숙소생활을 하면서 형처럼 잘 챙겨주는 트레이너님 덕분에 내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표팀 김충열 단장님을 비롯해 임원진 또한 경기장에서 맛사지도 해주고 상대선수를 체크해 약점을 파악, 가장 발빠르게 정보를 제공해줘 감사하다. 함께 해온 선수들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선수임원 및 코칭스태프가 없었다면 아마 금메달을 목에걸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1달여 기간동안 함께해온 선수들이 전부 경쟁자가 된다. 국내에서 선의의 경쟁자로 돌아가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팀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18세 소년 김정훈의 말이다.
<멕시코 티후아나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