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회장의 야심작이었던 대한태권도협회의 자정운동이 사실상 좌초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미 임춘길 전무의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김 회장이 추진한 자정운동은 외형상 자정운동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 그 속에는 임춘길 전무를 목표로 하는 ‘마녀사냥’이라는 의혹을 떨치기 힘들었다.
자정운동은 근본적으로 협회 내의 부조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협회를 만들어 태권도 경기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함에도 실제 진행된 내용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 전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해되기 힘든 사무국의 행정으로 김세혁 감독을 둘러싼 ‘봐주기’ 의혹만 키웠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모두 김정길 회장 자신에게 있다. 왜냐하면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이유로 모두 업무를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을 제거하면 협회운영이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는 김 회장의 생각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용의자들(?)이 사라진 사무국은 오히려 더욱 큰 의혹을 만들어 스스로 좌초의 길로 뛰어들었다. 또한 야심작이었던 윤리위원회는 온갖 의혹 속에 제대로 된 결론도 내지 못하고, 사무국과 마찬가지로 김세혁 감독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대태협 이사들은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하봉갑 이사와 김정길 회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과론적으로 임춘길 전무의 복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윤리위원회를 사실상 뇌사(腦死)시키고 말았다.
이제 남은 절차는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임 전무를 복귀시키고, 윤리위원회를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든지 해체하든지 양단간의 결론을 내야할 상황이다.
이 상황에 이사회 주변의 풍경은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임춘길 전무에 대한 마녀사냥이 실패로 끝나는 것을 지켜본 일부 관계자들이 역으로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들을 공격하자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특히 김세혁 감독은 이미 징계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어떤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사회에 앞서 열린 기술전문위원회 회의에서는 김세혁 감독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전문위원들의 생각은 김 감독의 제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여기에 최초 이의를 제기했던 하봉갑 이사에게도 칼날이 겨눠지고 있다. 임 전무를 향한 마녀사냥의 출발점이 하봉갑 이사라는 인식 때문이다. 또한 이들에게 휘둘린 사무국 직원들의 무소신과 복지부동에도 비난의 화살은 겨눠진 상태다.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대태협 내부는 징계정국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여기에 김정길 회장의 향후 거취도 포함될 경우, 내년의 선거와 맞물려 상황은 더욱 어지러워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복성 징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씌어진 누명을 벗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복귀 후의 행동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 복귀하게 될 임춘길 전무 역시 자신이 당했던 억울한 상황이 개인의 감정을 협회라는 조직을 통해 표출하면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복귀한 임 전무나 기술전문위원회 임원들에 의한 감정적 행동은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