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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진(공인 8단,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대회 코치, 한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상비군 전임지도자 등 역임) |
■학업을 멀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다면 국가대표 선수출신 등 엘리트 체육인들이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홀대를 받는 원인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 특유의 훈련시스템에 따라가기 위해 정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한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조직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렵고 경쟁력 또한 떨어질 것이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선수로 입문해 각종 대회에 성적을 내기위한 주입식 훈련에만 몰두하고 태극마크를 단 뒤 국제대회에서 메달 획득 등으로 국위를 선양한 ‘잘못’밖에 없을 것이다.
2010년 3월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국가브랜드’ 라는 세미나에서 삼성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6개로 종합 5위에 오름으로써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 등 20조 이상의 경제효과를 올렸다고 했다. 이 자료를 참고하여 보면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IT와 조선 그리고 자동차 산업 등이 세계 정상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격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태릉선수촌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묵묵히 강한 훈련을 이겨낸 태극전사들의 공헌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가는 지금껏 대통령이 청와대에 이들을 초청하여 격려차 오찬을 베풀고 가슴에 훈장 하나 달아주고 연금혜택 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훈장과 연금이 끝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취업 보장 등 향후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엘리트 선수들이 ‘운동기계‘에 머물지 않도록 국가가 강력한 제도의 정착으로 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국회가 학교체육진흥법을 제정,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 관련 법안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이 그 운용에 보다 세심한 관리를 통해 입법취지를 잘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왜? 공부하는 선수가 필요한가?
“지금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학생선수 라고 해서 미래를 준비하지 말란 법이 없으며 공부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기 전에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는 일종의 기본권 이라는 것이다. 그밖에 학교에서 받아야 할 다양한 전인교육도 반드시 받아야 하며 교우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공부는 학창 시절에 해야 하며 공부를 해놔야 선수로 진출을 하더라도 은퇴 뒤 방황하지 않고 또 다른 자기 진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선수가 공부한다고 하면 안 해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문화, 공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는 것이다.
현재 학생선수들은 학교 안에서 어떤 존재인가? 라는 질문에 아직도 운동만 해도 되는 아이들로 여기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이 아이들은 공부도 안하지만 학교행사 등에도 거의 제외되곤 한다. 훈련이나 대회에 참가하다보면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학창시절에는 공부와 교우관계나 학교활동도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내 체육대회나 기타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선수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스포츠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한다'는 편견이 여전하다. 그러나 학업을 병행하며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현역선수는 물론이고, 은퇴 후 전문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개척해나가기 위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선수가 늘어나야 할 것이다.
■현장 지도자 역할의 중요성
학생선수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지도자다. 그러나 '공부하는 학생선수'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나 태도는 아직도 아쉽다. 현장 지도자들은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선수의 학습을 독려할 여유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중, 고교 선수 10명 중 3명이 구타나 가혹행위 등 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부 지도자는 '구타로 선수 능력이 향상된다'고 여겼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선수를 키우는 학교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운동부 지도자의 자기반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10대의 잠재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주면 두 가지를 모두 잘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제는 운동 하는 선수들에게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여론 몰이식의 방법에서 탈피하고 진화시켜 운동선수들에게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반드시 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할 것이다. 우리 체육인도 사회에서 존경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체대 정국현 교수는 WTF 집행위원에 당선된 후 해외 태권도인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공식 회의석상에서 자신의 견해를 펼치기 위해 영어구사 능력을 배양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영어를 좀 더 잘했으면 곧바로 현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후배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등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 말의 의미를 우리는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며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