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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의 전갑길 이사장(좌)이 최영열 원장(우)의 사표 파동을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국기원장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엔 사표 파동이다.
최영열 국기원장의 사표가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사장 전갑길)의 사무처에 제출됐다.
8월 18일 전갑길 이사장은 최 원장의 사표를 사무처에 전달했다.
최 원장의 사표는 지난해 10월 11일 설립 이래 최초의 국기원장 선거에 경쟁자로 출마한 오노균 후보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는 국기원장 선거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국기원 정관에 명시된 ‘과반수 득표자’라는 조항과 달리 62명의 유효투표 중 31표를 득표한 최 원장을 당선인으로 결정하여 정관 위반이라는 사유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원장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월 26일 최 원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최 원장의 직무정지로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돌연 오 후보는 5월 26일자로 최 원장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과 원장선거무효소송을 취하했고, 최 원장은 국기원장직에 복귀했다.
당시 태권도계는 최 원장과 오 후보간의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지만, 오 후보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태권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원장 자리의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이면합의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최 원장은 지난 6월 복귀 후 첫 행보로 이근창 전 국기원 사무처장을 구조개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 전 처장은 오 후보의 국기원장 선거를 도운 인물로 갑작스레 최 원장이 이 전 처장을 위원장에 앉히자 태권도계는 연일 최 원장에 대한 소송 취하에 대한 대가라는 점을 부각하며 국기원을 비토하기 시작했다.
국기원 이사회 또한 여론의 악화가 심각 사태로 확대되자 7월 1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구조개혁위원회의 적법성을 문제삼아 위원회 구성을 취소하고, 최 원장의 불신임을 의결하면서 국기원장 재선거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최 원장이 사임을 거부하면서 결국 손천택 이사가 국기원 대표로 다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는 사태를 만들었다. 손 이사가 제기한 가처분은 8월 말경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국기원 사무처에 최 원장의 사표를 제출한 사람은 전 이사장이다. 전 이사장은 8월 중순경 모 이사로부터 최 원장의 사표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의 사표가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오 후보는 간접적으로 가처분신청 취하에 대한 조건으로 최 원장의 사표를 받은 사실을 알렸다.
5월 중순 최 원장과 오 후보가 자신들의 분쟁을 중재하는 인사들로 인해 함께한 자리에서 소송 취하에 대한 조건으로 국기원 개혁, 승품단 심사구조 개혁, 원장의 무보수 명예직 등의 개혁을 요구했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사퇴한다는 의미로 사표를 받았다는 것.
최 원장은 복귀 후 이 전 처장을 구조개혁위원장으로 선임했다가 여론의 악화와 이사회의 무효 의결에 한발 물러서면서 오 후보를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최영열-오노균 양자간의 이면합의가 더욱 설득력을 얻게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돌연 오 후보는 최 원장의 사표를 꺼내들었다. 그것도 자신의 측근을 통해 모 이사에게, 또 모 이사가 전 이사장에게 전달되는 복잡한 방법을 썼다.
오 후보가 최 원장의 사표 카드를 사용하면서, 양자간 이면합의를 인정한 꼴이 됐다.
전 이사장은 최 원장의 사표가 자신에게 건네졌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8월 18일 이사 간담회를 통해 최 원장의 사표를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 최 원장의 사표 처리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이사들은 사무처에 전달하는 쪽으로 중론을 모았다.
전 이사장이 최 원장의 사표를 사무처에 전달하기 전, 최 원장측은 사표취하서를 국기원에 보냈다. 오 후보가 자신의 사표 카드를 사용한 후 소문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미리 해당 사표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제출한 것. 하지만 최 후보의 사표취하서는 전 이사장이 사무처에 사표를 전달하기 이전이라 더욱 우스운 꼴이 됐다.
오 후보의 원장무효소송과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최 원장의 직무정지→오 후보의 소송 취하→최 원장의 복귀→이 전 처장의 구조개혁위원장 선임→이사회 구조개혁위원회 무효화 및 최 원장 사임 권고→오 후보 대외협력위원장 선임→최 원장 사표취하서 제출→전 이사장 최 원장 사표 제출이라는 일련의 상황을 순차적으로 정리해볼 때 최 원장과 오 후보는 양자간 이면합의를 부인하기 힘들어졌다. 특히 최 원장의 사표 카드를 사용한 오 후보는 자신과 측근들의 요구사항을 최 원장이 이행하지 않자 사표 카드를 사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최 원장의 자충수(自充手)는 이번만이 문제가 아니다. 원장 선거 직후에는 모 전문언론 대표로부터 입에 담지못할 욕을 듣고 이 같은 문자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태권도인들에게 공개되었으며,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통해서는 “역삼공원장”,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인물”, “의리와 신의 없는 자” 등의 인신공격을 당함은 물론 자신보다 연배가 낮은 인사에게 “아이고 우리 대장님 별일 없죠?”라고 깍듯하게 예를 갖추는 녹취록이 공개되어 명예가 땅 바닥에 쳐 박혔다. 자신의 따랐던 제자들 역시 국기원장 당선시에는 막강한 세를 보이며 축하하는 분위기였지만, 하나둘씩 최 원장의 곁을 떠나 비판세력으로 돌아섰고, 남산공전(현 리라아트고) 체육교사 시절부터 위세를 떨쳤던 배우자의 과거와 현재 언행 및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국기원 정관에는 ‘임원의 사임은 사직서를 사무부서에 제출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자신의 사표가 전 이사장을 통해 사무처에 전달되기에 앞서 사표취하서를 제출함으로써 본인의 의사와 무관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국기원은 최 원장의 사표 파동과 관련해 “사안이 엄중해 사표의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법률자문을 통해 사표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들과 지난해 10월 원장 선거시 유권자 일부는 원장 선거와 관련해 6개월여 국기원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사는 “최 원장과 오 후보간의 밀약이 사실로 입증되고 이로 인해 6개월여간 국기원의 업무공백 사태를 야기했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최 원장의 사표 파동은 이사회에서 그를 해임함으로써 처리하면 될 문제이지 사실여부를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사는 “만약 (최 원장)본인이 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임하면 되는 일이다. 이미 해임을 위한 요건은 충분하다. 국기원의 정관의 해임사유에 대부분 해당된다”면서 “원장의 궐위를 선언하고 새롭게 원장 선거 절차를 밟으면 된다. 절차대로만 한다면 11월이면 새로운 원장이 선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유권자는 “지난 원장선거에서 문제가 많았다. 원장 대행에 선거에 출마해 사전선거 의혹 물의를 빚었으며, 자신이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한 잣대로 판가름하지 않으면서 국기원이 이 꼴이 됐다”면서 “선거인단 역시 공정하게 구성해야 하는데 단순히 국기원 승품단 추천 수로 선거인단이 구성됐다. 제3자에게 심사ID를 도용하게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대로 풀지 않고 선거인이 구성됐다. 총체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 이사장에 대한 직무유기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전 이사장이 최 원장의 사표를 10여일 전 확인해놓고 기사화되어 논란이 확대되자 이제야 인정하고 나선 것에 대한 책임론이다.
한 이사는 “(최 원장)가처분 신청도 자신이 해야 하는데 손 이사가 대신했다. 이사장이 원장이 흔들리면 이사회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마치 손에 꽃놀이패라도 든 듯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며 “자신의 이해득실을 판단하기에 앞서 이사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보여줘야 하는데 정관개정을 통해 권한만 가지려고 하고, 자신이 국기원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이사장과 원장 모두 권력에 사로잡혀 국기원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번 국기원의 사표 파동은 최영열-오노균 양자간의 이면합의에 더해 전갑길 이사장의 직무유기까지 비난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폭풍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