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도입을 추진한 전자호구가 올해부터 아시아태권도연맹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번 사용은 그동안 전자호구의 올림픽 도입과 관련한 무성한 잡음을 불식시키고 전자호구의 실제 사용을 통한 기술개발과 경기 규칙 제정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이미 각종 국제대회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거나, 시연된 사례는 많지만 대륙연맹의 공식 대회에 사용된 적은 없다.
아시아 연맹의 결정이 대륙연맹으로서의 첫 결정이기도 하지만, 이를 계기로 각 대륙연맹도 전자호구의 사용을 통한 전자호구 기술개발과 태권도 이미지 개선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프로그램 종목 선정 투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전자호구를 둘러싼 각종 잡음도 실제 사용이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두고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세계연맹 양진석 사무총장도 각 대륙연맹에 적극적인 사용을 권고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전자호구의 경기 사용이 이번 채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서울시협회 관계자들 입장에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종주국에서 먼저 실제 사용을 통해 전자호구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대중 앞에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앞으로 겪게 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단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전자호구가 올림픽에 사용되는 것이 최종적인 도달점이라면, 전자호구는 각종 국제대회에 더욱 많이 사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연맹도 지금보다 전자호구의 사용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동안 전자호구와 관련한 잡음들도 따지고 보면 실제 경기에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직 세계연맹이 구체적인 지원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전자호구의 사용을 장려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또한 이를 IOC를 비롯한 국제스포츠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세계연맹이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개혁을 통해 많은 진전이 있었음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
이번 아시아 연맹의 결정으로 전자호구 개발사들도 전자호구의 기술개발과 실제 사용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과 투자를 유도할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는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는 이번 사용을 통해 더욱 확충될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 열린 전국체전에서 전자호구는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줬다. 전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자호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은 그들의 솔직한 심경이기도 하겠지만, 전자호구의 지속적인 사용을 통한 개선을 주문하는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
오는 4월의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전자호구를 통해 치러지면서 실제 경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태권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다소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과 아울러 전자호구의 적극적인 사용을 통해 세계연맹과 각 대륙연맹, 개발 회사들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전자호구의 개발과 연구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쏟을 수 있도록 태권도인들이 독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태가 비록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실망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독려를 통해 앞으로 더욱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태권도의 발전에 더 큰 보탬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