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 1TV 시사기획“쌈”은 스포츠계 성폭력에 관한 인권 보고서 편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포츠 성폭력의 현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필자도 스포츠맨이고,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는 지도자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일부 극소수 지도자들의 문제로 인해서 선량한 모든 지도자들이 잠재적인 가해자로 오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마치 죄인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재로 이글을 쓰고자 한다.
먼저 지도자가 되기 전 학창시절에는 힘든 운동을 견뎌내며 땀을 흘리고 운동을 직접 해오면서 꿈을 키워왔지만, 지금은 성인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지도자로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수치스럽고 부끄럽다는 생각이다.
시사기획“쌈”이 방영된 뒤 담당 부서에서는 학교체육의 합숙훈련을 전면 금지 시키겠다는 방침을 각 시도 교육청에 내리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근본적인 방법을 찾고 해법을 찾아야지 무조건 합숙훈련을 금지 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러한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 스포츠는 학창 시절부터 수업을 포기한 채 공공연히 가해지는 구타와 가혹한 훈련, 무리한 합숙생활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왜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어도 학교 운동부의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는가를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 한다면 수박 겉핥기라는 비난에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앞으로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우선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사기획“쌈”의 취재와 보도의 의미는 여성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즉 피해자가 누구냐, 가해자가 누구냐 하는 재미거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우리 사회가 지난 수 십 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개혁의 대상에서 소외돼 왔던 반인권적인 스포츠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대학생 성인이 되어서 까지 학교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만성적인 구타에 시달리고 운동을 그만 두면 갈 곳이 없고 할일이 없는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것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적 현실에 모두 눈을 감아 버리는 크나큰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사실이
다. 운동선수니까 뭐 당연히 공부 하지 않아도 되고, 매도 맞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시회에 만연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스포츠계의 폭력 역시 죄질이 다를 뿐이지 성폭력과 구조적으론 똑같은 범죄 행위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폭행 사건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스포츠계의 폭행은 잘못됐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 결과 지도자와 선수에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성폭행이라는 더욱 무섭고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