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공인품새 남자 개인전 마스터2 부문이 진행중에 있음에도 국기원은 메인코트인 B코트에서 태권체조 경연을 진행했다. |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 개원 40주년을 기념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2012 세계태권도한마당’이 대회 2일째에 들어 미숙한 행사 운영으로 참가 선수들 및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기원은 올해 한마당을 준비함에 있어 개최지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국기원 경기장으로 결정하면서 예산부족 및 장소협소로 인해 우려속에 한마당을 준비했다.
8월 28일 개막식까지만 하더라도 국기원의 이번 한마당은 절반 이상 성공한 것으로 비쳐졌다.
한국에서 역대 5위의 규모로 기록된 태풍 ‘볼라벤’의 악재속에서도 국기원의 한마당 개막식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3,000여명의 국내외 태권도인들과 국기원의 최대 행사인 한마당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각계각층 내외빈들의 격려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국기원이 개막식을 위해 준비한 여러 분야의 공연 또한 국기원을 찾은 40개국 4,000여명의 선수단을 매료시키며 무도 태권도의 최고 축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첫 날 성공적인 개막식과는 달리 한마당의 메인이 되는 경연부문에서는 준비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참가 선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기원은 한마당 직전 올해 한마당은 중장년층의 품새 활성화를 위해 개인전 부문을 신설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초 공인품새 개인전은 경기화로 정착돼 태권도의 균형적 발전을 우선시하는 한마당의 취지에 맞이 않아 종목에서 제외시켰지만 국기원은 올해부터 중장년층의 품새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40세 이상 3개 부문을 도입했다.
공인품새 개인전 남.여 시니어3(49세 이하), 마스터1(59세 이하), 마스터2(60세 이상)의 도입을 통해 무도 태권도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품새를 중장년층에 확대, 보급하려는 의도에서이다.
하지만 국기원은 장대한 목적만 잡았을 뿐 이들을 경연을 위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
 |
| 공인품새 복식전 시니어1 결선에 참가한 선수들이 태권체조의 배경음악으로 인해 동작의 실수가 나오자 당황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
사실상 태권도 고수들의 대결인 남자 공인품새 마스터2 개인전의 경우 한마당의 9개 종목 40개 부문 중 가장 집중조명 될 부문이었지만 국기원의 경연 순서 및 경연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으로 인해 태권도 고수들과 이들의 경연을 지켜보기 위해 국기원을 찾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튿날인 29일 국내외 언론과 한마당을 찾은 전 세계 관중들의 관심은 오후 3시부터 진행되는 공인품새 개인전 남자 마스터2 결선에 집중되고 있었다.
국내부문에는 태권도 최고의 품새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제1회 세계태권도한마당 우승자인 이규현 사범(46년생, 청해진), 해외부문에는 외국선수 중 최고령자인 러셀 로버트 우드(41년생, RUSSELL ROBERT WOOD) 선수가 참가하면서 많은 관심이 모아진 경연이었지만 국기원의 경연 순서 및 기획상 메인은 태권체조 시니어1, 2/주니어1, 2, 3 예선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바로 옆 A코트에서 열린 공인품새 복식 시니어1 결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태권도 품새는 부드러움과 힘, 기(氣)의 흐름 등 많은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경연이다. 특히 이미 경기화가 되어 있는 품새의 경우 선수들의 기량은 경기환경과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고단자들의 경연인 국내 마스터2 부문의 경우 타 종목 참가 선수들까지 태권도 고수들의 경연을 지켜보기 위해 집중하는 부문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는 경쾌한 K-POP 음악이 주를 이룬 태권체조 경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 곳에서 3개 코트를 사용하는 올인원(All in ONE) 시스템상 경기장내는 경연의 포커스를 태권체조에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
| 국기원은 29일 태권체조 경연과 공인품새 경연의 동시 진행에 대해 예산부족, 장소협소 등의 이유를 들었으나 30일 스포츠 케이블 채널 실황중계에 앞서서는 경기를 중단하는 이중적인 자태를 보여줬다. |
A코트와 C코트에서는 공인품새 복식전과 개인전 결선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국기원측은 태권체조 경연을 미루거나 중단시키지 않았다.
배경음악이 기본 베이스가 되는 태권체조 경연은 좌, 우 코트에서 품새 결선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심판원들 또한 경기장내 울려퍼지는 강하고 빠른 비트의 배경음악으로 인해 채점에 어려움이 있음을 나타냈다.
고수들의 열전인 마스터2 부문에서는 동작의 연결과 마무리에서 일부 선수들이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복식 시니어1 결선에 참가한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
국기원 기술심의회 한 임원에게 "경연순서를 기획함에 있어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느냐?"고 질문하자 "국기원에서 기획을 담당했다. 우리는 맞춰진 시간에 따른 것뿐이다"고 직접적인 해명을 회피했다. 국기원측은 "기술심의회와 함께 경연순서 등의 기획을 세웠다. 미쳐 그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예산부족과 장소협소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이에 대한 대책은 강구하지 않았다.
 |
| SBS ESPN 실황중계를 앞두고 국기원은 선수들을 위한 배려보다는 중계방송을 위한 배려에 더욱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
셋째날인 30일에는 더욱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예산문제와 장소협소 등으로 모든 코트에서 경연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다던 국기원이 돌연 메인코트인 B코트를 제외한 나머지 코트의 경연을 중단시킨 것. 이유를 물어보니 관계자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인 SBS ESPN의 실황중계가 예정되어 있어 부득이하게 나머지 코트의 경연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예산부족, 장소협소 등의 이유를 들어 타 부문의 경연을 함께 진행할 수 밖에 없다던 국기원측의 답변과는 대조적인 답변이었다.
국기원의 세계태권도한마당은 올해로 20회째를 맞았다. 한 두해 진행한 행사라면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1992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마당에서의 미숙한 진행 및 기획은 어떠한 이유도 변명이 되질 않는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