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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진(태권도 공인 7단, 경기도 의정부시 교육청 전문코치 |
17일간의 열전이 끝났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당당히 세계 7위를 하며 일본을 앞지르고, 또 태권도의 금빛 발차기로 금메달을 휩쓸며 종주국 태권도의 위상을 떨쳤다. 우리 국민들과 태권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준 것 같아 우리 체육인들과 태권도인들이 자랑스럽다.
88서울 올림픽을 치르고 엘리트 체육의 활성화에 힘입어 학교체육의 발전과 함께 스포츠 강국으로서 변모해가며 입지를 굳혔지만 정권이 바뀌어가며 우리 체육은 서서히 홀대 받아 왔고 급기야“체육”이라는 부서까지 없어지는 안타까운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체육인의 긍지와 자부심은 땅 바닥에 떨어졌다. 엘리트 체육과 학교체육은 무너져 버렸고, 이제 생활체육이 굳건히 자리 메김하고 있는 현실에 이제 엘리트 체육을 시키는 지도자들이나 엘리트 체육을 하는 선수들을 오히려 특이한 집단들이란 곱지 않은 시선이 당연시 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다시 우리 “체육”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지게 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를 뜻하는 말이다. 지금 이 시대처럼 엘리트 체육하기가 힘든 시대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 체육과 더불어 엘리트 체육이 무너져 가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계 7위라는 성과는 가히 놀랄 만 하다고 하겠다. 물론 금메달이 몇 개이고, 일본보다 앞섰고,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이라는 성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이유는 미래의 “체육”은 보장되어 있지 않고 엘리트 체육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연일 터지는 금, 금, 금, 금으로 다른 종목에서 태권도 종목처럼 금맥이 이어졌다면 국민들은 아마도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국민들의 생각과 함께 어우러져 태권도 경기는 재미가 없어 별 관심이 없고, 그냥 결과만 보고 그 결과에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지금 수영장은 박태환의 인기에 수영복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수영에 대한 관심이 가희 폭발적이라고 하고, 고양시는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에 힘입어 역도의 메카로 키운다는 소식이다. 단일 종목에서 금4개는 엄청난 결과이다. 아마도 차기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 출전 종목에서 금4개는 어려울 것 이라는 생각이다. 이처럼 금4개의 성과라면 어마어마한 국민들의 관심과 함께 태권도장에 입관 문의와 학교 체육의 붐이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올림픽 전이나 올림픽 이후나 우리 태권도장과 학교체육의 현실은 전혀 변화가 없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왜? 태권도 경기는 재미가 없고, 태권도 경기가 끝나면 저런 선수들이 국가대표냐? 질타 뿐 인가? 문대성 IOC 선수위원은 그나마 뒤 돌려차기 한 방으로 지금의 결과를 받았지만 이번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는 그냥 금메달에 만족해야 할 뿐 특별한 경기의 장면도, 특별한 발차기도, 특별한 인상도 남겨주지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필자는 선수들을 질타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신장과 체력의 열세, 그리고 부상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정신력과 투혼을 발휘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제는 경기 룰이다. 선수들도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고 싶지만 이기는 경기를 위해 모험을 하지 않는 선수들의 심정은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다. 더더욱 우리나라 선수들하고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의 우수성을 의식해 다른 선수들하고의 경기보다 더욱더 신중하고 어렵게 힘든 경기를 하기 때문에 경기가 더 재미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태권도연맹에서도 밝혔듯이 IOC 에도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전자호구 밖에 없다면, 이제부터 화려한 기술을 유도하고, 누가 봐도 득점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다 득점제도를 도입해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 경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가 알고 있기에는 내년부터 국내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도 다 득점으로 경기 룰이 바뀐다는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올림픽에서 보여준 선수의 심판폭행, 코치들의 잦은 항의로 인한 경기중단, 재미없는 경기로는 더 이상 올림픽 영구종목 채택이 어렵다면 과감히 현 제도를 탈피해 변화된 태권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 한번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의 금 빛 발차기에 박수와 힘찬 격려를 보내며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스포츠로 거듭 발전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