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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러시아 첼라빈스크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회에서 당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전라북도 무주에 위치한 태권도원에 유치하기 위해 문체부 실무자와 함께 러시아 첼라빈스크를 찾아 무주 유치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 전국을 뒤흔든 지금 체육계에서는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정부의 연결고리로 지목되어 온 사람으로 최근 최 씨에게 인사추천과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10월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지난 29일 김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최순실 비선실세 사건의 출발점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선임됐다. 3년동안 문화와 체육계를 총괄하는 2차관을 맡아 현 정권 최장수 차관으로 불렸으며, 특히 체육계에서는 ‘대통령’으로 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경기단체 임원들이 본인 명예를 위해 협회장을 하거나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우리 체육 발전을 위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지난번 태권도 심판 문제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어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실력이 있는데도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새 정부에선 있어선 안 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은 3시간 전인 오전 7시 16분 최순실씨의 PC에 저장됐다.
JTBC는 최 씨의 PC에서 제32회 국무회의 말씀 자료를 입수했고,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아이디로 해당 PC에 최종 저장됐음을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계 비리를 지적한 그 해 4월 최 씨의 딸 정유라씨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 준우승을 했다. 당시 최 씨는 딸 정 씨의 판정과 관련해 승부조작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태권도를 명분으로 내린 체육단체 사정 지시는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문체부는 2013년 8월 26일부터 12월 24일까지 대한체육회 산하 2,099개 전국 및 시도경기단체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또 검찰, 경찰이 배정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해 비리 정황이 있는 체육단체에 대해 수사 또는 고발 조치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단체는 바로 최 씨의 딸 정 씨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민원을 제기한 대한승마협회와 학부모의 자살로 이슈가 된 태권도협회였다.
중앙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승마협회와 관련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이 승마협회 내부의 최순실씨와 관련된 파벌싸움을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하자 박 대통령이 직접 두 사람을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경질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승마협회가 체육단체 중 미미한데 굳이 승마협회를 지적해 조사하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며 “장관으로서 보호해 주지 못해 자책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문체부는 승마협회의 감사 수위를 높였고 결과적으로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의 반대파로 지칭되는 승마협회 임원 대부분을 정리했다.
이듬해인 2014년 6월 정 씨는 아시안게임 승마 대표 선수로 선발됐고, 같은 해 9월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화여대는 정 씨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인정해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켰다.
태권도의 경우 다른 종목단체와 달리 강도 높은 수위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협회 및 5개 연맹체 전체가 특별감사 대상이 됐다.
문체부는 태권도 종목이 다른 종목에 비해 조직사유화 및 장기집권에 의한 운영비리가 심각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전국 태권도 단체 중 비리혐의로 검경의 수사대상에 오른 곳은 학부모의 자살로 문제가 된 서울시태권도협회 한 곳뿐이다.
서울시협회의 경우 경찰청특수수사과와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3년여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재판 중에 있다.
대한수영연맹도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체육계 사정정국의 피해자로 손 꼽힌다.
올해 초 당시 수영연맹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으로서 엘리트 체육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엘리트-생활체육 단체 통합’을 반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문체부는 수영연맹의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당시 수영연맹 실무자들의 비리혐의를 들췄고, 이 회장이 수영연맹 회장에서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결국 문체부의 주도하에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통합됐다.
통합대한체육회 초대 사무총장에는 한양대학교 라인으로 김 전 차관의 은사로 알려진 조영호 전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이 선임됐다.
지난 10월 5일 진행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문체부는 장성호 단국대 총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력 경쟁자는 이기흥 전 수영연맹 회장이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전인 9월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안민석 의원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관련해 “제보내용을 보면 사진도 있다. 몇 월 며칠, 지난주에 누구를 만나서 국장이.. 사진하고 녹취록도 있고 그렇다. 이게 사실이면 굉장이 심각한 것이다”면서“‘아무개 후보의 출마를 막아라’, ‘규탄대회라도 해라’ 뭐 이런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있다”고 채육국장, 과장, 주무관 등의 통화내역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는 이 전 회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체육담당 실무자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0월 5일 진행된 첫 통합대한체육회장으로 당당히 당선됐다. 또 문체부의 4대악 척결과정에서 적발된 대부분의 체육인들에 대해 최근 무혐의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김 전 차관이 대통령처럼 군림한 체육계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폐해가 상당하다.
체육계 비리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3년간 휘몰아친 체육계 사정정국이 결과적으로 최순실과 정유라, 김종으로 이어지는 인사비리, 조직사유화에 방패막이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최순길 국정농단 사건에 김 전 차관과 체육계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체육인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이 체육 대통령을 군림하며 자신의 눈이 들지 않는 체육인들과 단체들을 정치적으로 핍박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지난 2013년 김종 차관의 취임과 더불어 태권도계에도 김 전 차관의 라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대한태권도협회(KTA)를 비롯해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 등 주요 임직원이 김 전 차관의 대표적인 라인으로 분류된다.
태권도계 인사 중 한양대,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웨스턴일이노이대, 뉴멕시코대 출신 등이 김 전 차관과의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 전 차관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원은 공교롭게도 그가 2013년 차관에 취임 한 후 모두 각 단체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거나 직원으로 채용 또는 직급, 직위가 올라갔다.
문체부 차관 중 최근 불명예 퇴진 한 사람은 신재민 전 차관과 김종 전 차관 2명이다.
신 전 차관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국기원의 특수법인전환 과정에서 당시 국기원 일부 임원들의 범죄경력을 문제 삼으며, 국기원 전체가 범법자 집단인 것처럼 표현했고 언론에서 이를 집중보도하면서 문체부가 임원들에게 사퇴를 압박, 국기원이 문체부 주도하에 법정법인(특수법인)으로 전환되도록 했다.
신 전 차관은 지난 2011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 4년차에 터진 권력형 비리 게이트와 관련해 이국철 SLS 회장에게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1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됐으며, 지난해 5월 만기 출소했다.
김종 전 차관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및 인사청탁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최근 출국금지 했으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그를 소환할 예정이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