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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2008 국기원 제4차 임시이사회 |
문화체육관광부와 정관승인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기원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100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며 이사회는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회의의 주제에 관련된 의견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이사회는 문체부와 대립하고 있는 정관제정에 관한 건에 대해 논의를 벌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지만 보고사항인 예산전용에 관한 건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취재를 허용할 뜻을 보이던 국기원은 L 사무처장이 '세계태권도한마당' 지원비 및 예비비와 관련해 몇몇 이사들의 질타를 받자 갑작스레 취재 불가 요청을 전했으며 사무국의 독단적인 취재불가 의지를 "이사회의 의견이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기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결국 취재는 허가됐지만 집행부가 예산사용으로 인해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의 취재통제가 이루어져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사의를 표명한 엄 원장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한 이사는 "원장이 이사회의 사퇴 반려에도 불구하고 5개월째 묵묵부답으로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원장의 유고 상태로 보는게 당연하다"고 엄운규 원장의 미연적인 태도를 질책했다.
의장인 송상근 부원장의 책임 회피 태도 또한 이사들에 적지 않은 반발을 샀다.
송상근 부원장은 개회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이해를 부탁한다"고 발언해 "국기원이 중차대한 문제들로 인해 위태로운데 원장 대행인 부원장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이사회는 과거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던 몇몇 이사들의 적극적인 회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이사회의 일비 지급을 받기가 부끄럽다", "이사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고 실무자 선에서 정관 문제를 처리하면 이사회가 필요없지 않냐?", "이사회의 주제인 정관승인이 관한 사항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국기원에 선장이 없다", "대행체제지만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송상근 부원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와 이사회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였지만 몇몇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들의 말 껴들기, 발언권 묵인하기 등의 주먹구구식 행동으로 인해 발언이 묻히기 일수였다.
집행부의 회의 준비 미흡 역시 이사들의 비난을 사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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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신 이사(좌)가 이근창 사무처장(가운데)에게 부정적인 의미의 X표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회의자료가 충분치 않아 일반 이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세부적인 사안이나 대표자 몇 명만이 참석한 문체부와의 면담 등은 세세히 알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의견 통합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것 또한 변화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의라 함은 상대방이 의견을 존중해주고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국기원 이사회는 일부 기득권 세력의 뜻에 어긋나면 가차없이 발언을 막고 자신의 논리만을 무조건 밀고나가는 식의 모습을 보여줬다. 회의가 아닌 기득권 세력의 주장만을 표출하는 일종의 소견발표와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기원은 국내의 조그마한 태권도 단체가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국기원의 단증만을 태권도 단증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국기원 단증을 획득하기 위해 천리길을 마다하고 방문하기도 한다. 또한 낡고 오래됐지만 국기원의 현판 앞에서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국기원은 태권도의 중심기관으로서 한 국가가 아닌 세계를 아우르는 태권도 단체다.
이사회 또한 몇몇 사람들이 아닌 세계 태권도인들과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른 의견을 제시하고 발전된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집행부의 계획 및 주먹구구식 진행을 요하는 일부 이사들의 태도, 이사회를 아우르지 못하는 의장,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이사들이 반성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국기원에 대한 비난과 지금의 국기원 파행 운영에 대한 태권도인들의 비난을 비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현재 각종 언론 사이트에 회의 동영상이 게시되고 있으며 일부 태권도 네티즌들은 "애들이냐?", "학생들 보다도 회의 능력이 떨어진다.", "자신의 주장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라" 등의 부정적인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소위원회 구성(송상근 부원장, 김철오 이사, 박현섭 이사, 최창신 이사, 이근창 사무처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결과물을 산출하지 못한 국기원은 빠른 시일내에 다시금 이사회를 열기로 하였으며 소위원회는 과거와 변함없는 자신들의 주장을 재차 문체부에 전달할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차후 열릴 국기원 이사회에서는 이사들의 논의가 한층 성숙된 회의문화를 보여주고 태권도인들을 위한 의견들이 논의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