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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 국기원 이사장 겸 원장 엄운규가 국기원 임직원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12일, 국기원에 미련을 두지않겠다는 뜻으로 사표를 제출한 재단법인 국기원 前 이사장 겸 원장 엄운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들어냈다. 지난해 대한태권도개혁위원회 오용진 관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최홍희씨의 자서전에 기재된 공산단 부역 건에 대해 사실유무를 해명하라."며 엄 씨를 퇴출 인사라 지명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으로 엄 씨가 오 관장을 고소한 사건이 이날 1차 재판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엄 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 514호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자신을 현재 국기원 이사장이라고 소개하며 "내가 공산당 부역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최홍희 장군의 저서인 '태권도와 나'에 삽입된 내용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몰려와 질문했을때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출석한 엄 씨는 80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였지만 판사의 질문에 몇 차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해 "어떤게 맞는 말입니까? 이거란 겁니까? 저거란 겁니까?"는 식의 간접적인 핀잔을 받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고소 건은 현 태권도판에서 중요한 사건은 아니다. 엄 씨가 오 관장의 비리의혹 및 부정단증 발급 제기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감정이 앞서 자신의 명예를 버리고 감정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기원 임직원 3명을 대동하고 재판에 참석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표를 제출한지 10개월이 지난 지금에 자신을 국기원 이사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기원 이사장직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엄 씨는 지난해 6월 대한태권도개혁위원회, 태권도정의협력단, 국가쇄신국민연합 등의 시민단체와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의 비리 의혹 제기와 각종 규탄 집회, 자택 및 교회 등의 1인 시위에 "(국기원 불법 증축으로 인한 강남구청 추징금 부과를 거론하며)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국기원의 부정 비리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을 변명 삼아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그는 단 한차례도 국기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들어낸 적이 없었으며 이제와 국기원 이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사회에 참석 조차 한 적이 없다.
한 내부 고위인사는 "법적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이런 방법은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사장으로써 이사회에 참석도 하지 않고 또한 이사장과 원장을 겸직한 상태에서의 사표 제출이 국기원장직만을 버린 것이라고 주장해 봤자 믿는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냐? 오히려 법적인 지위보장은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기원은 태권도인의 상징이기에 태권도인들의 마음을 져버린 엄 씨가 국기원의 미련을 버려야 불명예의 오점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 또한 "국기원의 정상화는 태권도인들에게 잃었던 신뢰와 믿음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태권도인들이 인정하는 인사를 위해 자리를 내주는 것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방책이다."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사심을 버리지 못하는 엄 씨에게 연민의 감정을 표출했다.